누적 확진자 20만명 돌파..사망자 3000명
일본 정부 '신중 입장' vs 의료계 '코로나 의료 긴급사태' 선언
코로나 대응 실패에 스가 내각 지지율 30%대 폭락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HK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가파르게 급증하고 있는 일본에서 누적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의료 제공 체제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본 누적 확진자는 불과 50여일 만에 10만명에서 20만명으로 두배 급증했다. 올해 1월 첫 환자 발생 이후 11개월 만이다. 

21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도도부현과 공항검역소별 확진자를 합산해 총 1천806명으로 월요일 기준 최다치를 기록했다. 사망자도 21일 기준 2천978명으로 늘어 3천 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도쿄에서는 병상 90% 이상이 가득 차 도쿄 의사회가 도시 봉쇄 수준의 강력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상황이 가장 심각한 도쿄는 집중치료실의 91%, 고도치료실 95%, 일반병상 94%가 가득찼고, 자택 대기중인 확진자의 사망 사고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오자키 하루오 도쿄도의사회 회장은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도쿄도 병원협회측에선 도시 봉쇄 수준의 조치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도는 지난주 의료 제공 체제 경보 수준을 전체 4단계 중 가장 심각한 단계인 '핍박'(레벨4)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TBS News 

사태의 심각성에 21일 저녁 임시 기자회견을 연 코이케 유리코 도쿄 도지사는 “올해 연말연시는 무엇보다 생명을 우선해 주시길 바란다”며 “가족과 집에 머물러 주시고 외출은 부디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간사이 지방 광역단체장들도 시민들의 연말연시 행사 자제를 호소하는 긴급선언을 채택했다. 

병상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의료 시스템 붕괴는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사회와 일본병원회 등 의료 관련 9개 단체는 21일 도쿄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통상적인 의료 서비스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의료 긴급사태'를 선포했다. 

이날 일본의사회 나카가와 토시오 회장은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의료 제도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열악한 의료 현장을 위해 (정부가) 가능한 모든 대책을 실행해 달라"며 감염 방지 대책을 위한 추가 협력을 호소했다.

일본의사회 나카가와 토시오 회장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HK 

일본 병원회 아이자와 타카오 회장은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 필사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온 우리의 노력은 이 이상 감염자가 증가한다면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국가가 앞장서 국민 이동과 행동을 제한하는 정책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민영방송 TBS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 지역의 영업시간 추가 단축 등을 해당 도도부현과 협의하겠지만 현시점에서 전국적인 긴급사태 선포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일본 정부는 확진자 급증에 여행 장려 정책인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12월 28일~1월 11일까지 일시 중단하기로 앞서 결정한 바 있지만, 뒷북대응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12월 아사히 신문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 지지율은 39%로 급락했다. 출범 초기 70%까지 치솟았던 스가 내각 지지율이 9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내려앉은 것.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12일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한 달 새 17%포인트 급락한 40%로 집계됐다. 이같은 민심 이반은 코로나19 확산 속에 연이은 대응 실패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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