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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은 크게 변화했고, 밀집형 교육공간인 학교를 대신해 도입된 원격 수업으로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PC 혹은 스마트폰을 하며 보내고 있다. 

웨스턴시드니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 온라인 학습 전문가인 조안 올란도(Joanne Orlando) 연구원이 "팬데믹 동안 아이들이 즐겨 보는 인터넷 상에서 증오가 증가했다"며 그 영향에 대해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설명했다. 

외출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SNS·메시지·채팅·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올란도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상에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가 증가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이전보다 많은 증오의 배출을 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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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트 스피치는 개인·인종·종교에 대한 공개적 차별이나 의도적인 폄하, 나아가 이러한 증오를 선동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증오연설·증오발언·혐오발언 등으로도 불리며 타깃이 된 대상을 연고 없이 미워하고 혐오하며 극단적인 경우 살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미지와 기호를 증오을 부추기는 무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스스로 헤이트 스피치를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의 차별성 발언을 듣거나 다른 사람들이 쏟아내는 혐오 발언·유해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목격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필터링 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L1ght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에서 헤이트 스피치와 온라인 괴롭힘 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기 위해 수백만 개의 웹 사이트·아동청소년을 위한 채팅 사이트·게임 사이트 등의 발언과 교류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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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코로나19 이후 헤이트 스피치가 70% 증가했다. 또 게이머용 플랫폼에서의 유해 발언도 40% 증가했다"고 L1ght는 밝혔다. 

아래 그래프는 세로축이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볼 수 있는 헤이트 스피치의 양, 가로축은 시간을 나타내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1월 이후 급속하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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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해야 하는 것은 수 억 명의 사용자를 가진 틱톡(TikTok) 등의 SNS에서 헤이트 스피치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란도 연구원은 2020년 초부터 틱톡에서 파시즘·인종 차별·반유대주의·반이민주의자·외국인 배척 같은 이데올로기를 포함한 극우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팬데믹이라는 불안정한 시기에 이러한 증오에 노출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인종·종교·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최근에는 차별적인 발언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란도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이 경멸로 바뀌고 다른 사람과의 연결이나 관심을 받기 위해 헤이트 스피치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온라인에서 일상적인 증오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점차 이러한 상황에 둔감해질 위험도 있다. 아이들이 헤이트 스피치에 노출될수록 누군가가 상처를 입게 되는 발언에 무관심해질 수 있다. 또 악의가 담긴 발언을 농담으로 간주하거나 헤이트 스피치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거나 이를 언론의 자유로 결부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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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과 틱톡은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를 모두 규제하기는 어렵다. 관련 처벌이나 본인이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낮기 때문에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이를 쉽게 학습하게 된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혐오 감정 증가는 관련된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고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기분을 저하시키고 정신적 피로를 느끼게 한다. 아동기에 장기적으로 혐오 발언에 노출되면 우울증·불안신경증,·스트레스성 질환·인지 장애 위험 증가 등의 악영향이 성인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불행히도 온라인에서 증오를 근절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올란도 연구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헤이트 스피치에 대처하려면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게시하는 사회적 이유와 확산 전략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헤이트 스피치가 게시된 동기와 구조를 이해할수록 본인의 환경을 잘 컨트롤할 수 있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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