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글로벌 공급 부족에 ‘공평 분배’ 논란 재점화
내년 물량까지 선진국 싹쓸이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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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영국이 8일부터 전 국민 대상의 대규모 코로나 백신 접종에 나섰다. 현재 기대가 큰 백신은 3상 초기 임상 결과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발표한 화이자·모더나와 70% 예방효과의 아스트라제네카 정도다. 이들 업체는 막대한 정부 지원과 천문학적 투자를 바탕으로 일반적으로 10년이 걸리는 백신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임상 과정이 급하게 진행된 만큼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며 백신 개발사들이 구매 협상 과정에서 '부작용 면책'까지 요구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국가의 사활을 걸고 치열한 백신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 한국, 백신 확보전 밀려..접종 시기 늦어질 가능성↑

실제로 유럽연합, 미국, 일본, 영국 등 해외 선진국들이 선주문한 백신을 합치면 무려 88억 회 분량이라는 통계도 발표됐다. 한국을 포함해 대부분 국가는 백신 접종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늦장 대응 지적을 받는 한국 정부가 목표로 한 백신 선구매 계약을 모두 완료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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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선구매 계약을 마쳤으며 화이자·얀센·모더나 등 나머지 3곳과도 백신 선구매 물량 등을 확정하는 구매 약관 등을 체결한 상태다.

정부가 목표로 한 4천400만 명분은 우리나라 인구 88%가 접종 가능한 분량으로 내년 2~3월부터 시작해 늦어도 연말까지 해당 백신을 모두 들여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실제로 백신을 내년 2~3월에 손에 넣을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제 접종은 노인·의료인 등 우선 대상자를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에나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외에서 접종하고 난 뒤 2~3개월 정도 여러 가지 부작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접종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백신 물량은 확보하되 국내에서 안전성 검사를 마친 뒤 접종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제백신연구소 제롬 킴 사무총장은 백신의 균등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망자가 2배로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신 확보 경쟁이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이자 WHO는 공정한 백신 공급을 목표로 한 '코백스(COVAX)' 구상을 내놓고, 저개발 국가들에 대한 배려를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 각국 백신 확보 ‘비상’....신흥국 중·러 백신으로 눈돌려 

10일 미 식품의약국(FDA) 긴급 사용 승인을 앞둔 화이자의 경우 올해 코로나19 백신 생산은 5000만회분에 그치며, 17일 외부 전문가 회의가 예정된 모더나 역시 2000만회분 밖에 생산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 양 사는 각각 2021년 13억회분과 5억회분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달성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모더나 홈페이지

백신 물량이 극히 한정적인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의 미국인 우선 접종을 위한 강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영국에서 접종이 시작되자 확진 및 사망자 수 전세계 1위인 미국 입장에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성명 초안에는 "이번 조치는 백신을 다른 나라로 보내기 전 미 국민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당초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2회 접종 2000만명 분량)을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의료진을 비롯한 최우선 접종 대상자만 2400만명에 이른다. 

화이자 백신은 선진국들이 이미 '싹쓸이' 선주문을 마쳤다. ▲유럽연합(3억회분) ▲일본(1억2000만회분) ▲미국(1억회분)▲영국(4000만회분) ▲캐나다(2000만회분) ▲멕시코(1550만회분) 등 물량을 거의 가져갔다. 

냉장유통과 손쉬운 대량생산, 저렴한 가격으로 주목받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그나마 국내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현재까지 25억 개 이상 선구매가 이루어지며 코로나 백신 가운데 가장 많은 계약을 마쳤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statnews.com

한국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 생산중이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내년 1분기 정도면 도입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선주문 물량은 ▲미국(5억회분) ▲유럽연합(4억회분) ▲영국(1억회분) ▲일본(1억회분)에 달한다. 

한편, 백신 확보전에서 뒤처지며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백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백신 임상 결과가 아직 정확히 공개가 안 되어 신뢰성 검증을 마치지 못했지만 남은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자국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를 승인한 러시아의 경우 계약 물량은 최소 50개국·12억 회분으로 알려졌으며, 중국 백신도 인도네시아·브라질·터키 등 신흥국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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