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안내견 훈련소 “안내견 걱정해줘 감사…긍정적인 아이 트라우마 없어”
롯데마트 SNS로 사과문 게재…네티즌 ‘롯데마트 절교의 날’ 선언

ⓒ데일리포스트=“나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대하는 롯데마트의 클래스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나가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대하는 롯데마트의 클래스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 “우선 안내견을 걱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해당 안내견의 트라우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 Labrador Retriever)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성격을 소유하고 있다보니 마트에서 벌어진 헤프닝을 조금 낯설고 불편해하겠지만 이를 통해 안내견 역할에 지장은 없습니다.”(삼성화재 안내견 훈련소 관계자)

시각장애인과 동행하며 눈과 발이 돼 몸이 불편한 주인을 위한 헌신을 훈련받은 이른바 ‘시각장애인 안내견(래브라도 리트리버)’은 함께 동행하는 시각장애인 외에도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받는 품종이다.

낯선 거리에서, 혹은 지하철, 버스에서, 그리고 대중들이 운집한 대형마트나 시장, 공공시설에서 시력이 불편한 주인의 눈이 돼 세상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안내견들은 때로는 짓궂은 이들로부터 발을 밟혀도 ‘끙’하는 신음소리 조차 내지 못한다. 주인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녀석들은 그렇게 훈련을 받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컴컴한 터널 같은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시각장애인들의 가장 충직한 벗이며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인정받을 때까지 결코 쉽지 않은 훈련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을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고작 7주 동안 모견(母犬)과 살다 자원봉사자 가정에서 1년에 걸친 다양한 사회적응 훈련에 나서는 안내견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마트도 가고 지하철도 타고 인간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게 된다.

고작 7주 동안 엄마의 품에서 머물다 응석 한번 제대로 부리지 못하고 인간을 위해 낯선 환경에서 훈련에 나선 안내견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빛을 잃은 주인 대신 세상의 빛을 후각과 시각과 발걸음으로 대신 전해주는 충직한 녀석들의 모습에서 가슴 뭉클하다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그만큼 주인과 세상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안내견을 보는 시선에서 적대적인 감정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쉽게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았던 ‘적대적인 감정’을 롯데마트를 통해 볼 수 있었다. 30일 오전부터 ‘롯데마트 잠실점 직원의 안내견 출입금지 버럭’ 논란이 온라인 뉴스를 비롯해 SNS를 뜨겁게 달궜다.

장소는 롯데마트 잠실점이다. 지난 29일 한 네티즌의 목격담을 통해 알려진 이 사건은 훈련 중인 5개월 래브라도 리트리버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막아서며 언성을 높였다.

롯데마트 잠실점 직원이 출입을 막아서며 목소리를 높인 탓에 훈련견은 당황하며 목줄을 물면서 불안감을 나타냈고 함께 동반한 자원봉사자(퍼피워커)는 울음을 터트렸다는 내용이다.

장애인복지법 제40조에 따르면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서는 안 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적시됐다.

하지만 논란이 중심이 된 롯데마트 잠실점 매니저 추정 직원은 해당 법에 무지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 강아지가 놀라고 기죽고 불안해하는 모습에 마음이 짠했어요ᆞ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어줄 소중한 존재잖아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사람을 대신해서 하는데 소리지르고 무슨 그런 경우가 있나요? 정말 미안한 마음은 있나요? 롯데마트…(네티즌 내가 OOOO)

성난 네티즌들의 거센 공분을 표하면서 롯데마트는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뒤늦게 사과문까지 내걸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롯데마트는 이날 오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롯데마트 잠실점을 내방한 퍼피워커와 동반고객 응대 과정에서 견주님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여기에 “이를 계기로 롯데마트는 장애인 안내견 뿐만 아니라 퍼피워커에 대한 지침 및 현장에서의 인식을 명확히하고, 긴급 전사 공유를 통해 동일사례가 발생치 않도록 적극 대처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구구절절 실수에 대한 자괴감이 드러나는 롯데마트 사과문이지만 정작 네티즌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한 네티즌은 “오늘은 롯데마트와 절교한 날”이라며 “SNS로 사과하면 끝? 이게 사과니? 이번 사건을 계기로 롯데마트를 불매운동하기로 결심했다.”고 동참을 호소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일본 기업 롯데마트의 사과문에서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퍼피워커와 안내견한테 사과하는게 아니라 비판하고 나선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듯, 역시 재팬스럽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가뜩이나 ‘롯데(LOTTE)’ 브랜드에 반감이 팽배한 국민들이 이번 안내견과 퍼피워커를 겨냥한 롯데마트의 몰염치적 행태로 불신의 벽이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토종 일본 기업’이냐?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친일 기업이냐?’ 등 국적 정체성을 놓고 롯데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롯데마트는 네티즌들이 지적하는 진정성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사과문을 철회하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슴 절절한 사과문을 다시 게재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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