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K-방역 자화자찬…국민은 위기 불감증 ‘심화’

ⓒ데일리포스트=전국이 코로나19 지뢰밭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전국이 코로나19 지뢰밭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나도 이제 (코로나19) 피할 수 없겠다. 내가 조심해도 확진된 누군가 거쳤을 식당, 커피숍, 그리고 마트, 최대한 조심하고 다니죠. 쉴새 없이 휴대폰을 울리는 재난 문자를 보면 우리 동네 확진자 발생 소식에 언젠가 내 차례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인천 서구 거주자 양인범 씨)

오늘도 코로나19 확진자는 500명을 넘어섰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맞춰진 알람 시계처럼 반복적인 위기의식을 강조하며 외출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모임이 많은 연말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모임을 취소하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물론 방역 당국의 이 같은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이는 몇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걸리지 않는다.’는 막연한 패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태원發 확산 이후 잠잠했던 신규 확진자는 지난 8.15 광복절 집회 이후 걷잡을 수 없이 확산의 파고를 불러일으켰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용되면서 모든 게 멈춰버렸던 것처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도 크게 감소했다.

대신 후유증도 심화됐다. 멈춰버린 일상에 매출이 급감하면서 자영업자들에게 극심한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됐다.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은 ‘코로나 폐해’를 집중적으로 쏟아냈고 파산 직전의 자영업자들은 거리로 뛰쳐 나와 ‘생존’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광복절 집회 이후 폭풍처럼 늘어났다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산세가 사그라들면서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그동안 꽁꽁 얼어붙었던 시설이 다시금 문을 열면서 오랜 갈증에서 해소된 듯 사람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일본과 미국, 유럽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수 십만씩 생겨난 반면 두 자릿 수 확진세에 머문 우리나라에 방역 체계에 대통령과 정부는 “K-방역은 전 세계의 우수한 모범이 되고 있다.”고 연일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폭풍전야였을까? 정부도 국민도 조금씩 코로나19 위기의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식당이나 커피숍, 유흥업소마다 즐비하게 들어찬 사람들은 그저 형식에 불과한 영업장에 내 걸린 QR코드나 실명 기재 노트에 무성의하게 끄적거릴 뿐 일단 테이블에 앉으면 마스크부터 끌어 내린다.

음식을 입안 가득 집어넣고도 왁자지껄 쏟아지는 단어의 입자들은 이미 실내를 가득 떠다녔고 1m 거리두기가 무색하다 할 만큼 다닥다닥 붙어 있는 테이블마다 대화 삼매경에 빠져 코론나19 이전 시대로 귀환한 것 같은 착각도 밀려왔다.

‘음료를 마시지 않을 때 마스크 착용’이라는 안내문을 바로 앞에 두고 마스크를 벗은 채 남자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철없는 연인에게서 코로나19의 위험의식은 좀체 찾아보기 힘들다.

나흘째 이어진 500명 규모의 신규 확진자. 과거 특정 지역으로 국한됐던 코로나 확산세는 이제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데일리포스트=사회적 거리두기 강화…텅 빈 커피전문점 / DB 편집
ⓒ데일리포스트=사회적 거리두기 강화…텅 빈 커피전문점 / DB 편집

정부는 내달 1일 0시부터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α를 조치한다고 밝혔다. 1일부터 7일까지 1주일간 수도권의 모든 사우나와 한증막 시설의 운영을 중단토록 조치하고 헬스장, 호텔 등 숙박시설에 대한 행사 금지와 유흥시설들이 또 다시 영업제한에 돌입하게 된다.

이미 지난주부터 커피숍은 매장 이용이 불가하고 대신 테이크아웃 영업을 진행 중이다. 스크린골프장 역시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중단된다.

신규 확진자가 서울 수도권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규제를 강화하고 상황이 나아지면 완화되는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국민은 혼란스럽다. 아니 이제 피로감마저 든다.

집을 나서는 순간 발을 내딛는 곳이 마치 지뢰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지뢰밭. 다시 시작된 방역 강화 조치에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한 볼멘 목소리를 높아질 것이다.

시간을 잃은 아이들의 등교 모습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기업의 재택근무 조치로 경제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그동안 K-방역의 우수성을 강조했던 정부는 침체된 국민 정서를 달랜다는 명분으로 불가능한 백신의 빠른 확보를 확신할 것은 자명하다.

“방역이 우선이나 경제가 우선이냐를 놓고 갈팡질팡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잣대가 빚어온 결과 아닐까요? 이렇게 코로나 확산세가 재연될 줄 정부는 정말 몰랐을까요? 굶어 죽겠다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에 규제를 완화하고 국민들에게 외식 쿠폰까지 지원한 정부가 다시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코미디죠.” (OO대 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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