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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구글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치는 국제 광통신망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적대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사이에 최근 화해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인도와 유럽을 잇는 대규모 광통신망 프로젝트를 구상하던 구글이 중간노선에 양국을 포함시키기 위한 기회 선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개선 분위기에 사업기회 노리는 구글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분쟁 등을 이유로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맺지 않아, 양국을 연결하는 광통신망도 구축되지 못한 상태다. 인도-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개통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중동 평화 문제로 인해 케이블 구축은 어려울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수년 동안 대립 관계에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최근 국교 정상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구글이 계획하는 광통신망 구축도 양국 관계의 개선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The Times of Israel)은 전했다. 

지난 22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가 비밀리에 사우디를 방문해 사우디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과 비공개로 첫만남을 가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HK 방송화면 캡처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요시 코헨 국장과 동행해 사우디 홍해 신도시인 네옴에서 왕세자와 비밀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여기에는 중동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참석했다.

이번 회담은 공식적인 외교 관계 및 이란 문제 해결 등 실질적 성과는 없었지만 양국의 지도자가 처음으로 함께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양국의 역사적인 회담에 구글은 발 빠르게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에 나섰다. 

◆ 해저 5천마일 케이블 설치에 4억달러 투입 

두바이 소재 세일리언스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 광통신망 구축 사업은 해저로 5천 마일(약 8천㎞)에 달하는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며, 4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들 전망이다. 구글은 오만 텔레커뮤니케이션과 텔레콤 이탈리아사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은 이번 프로젝트에 인도 물리학자인 찬드라세카라 벵카타 라만의 이름을 따 ‘블루 라만’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케이블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을 포함한 여러 국경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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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페이스북도 약 3만 7000km에 달하는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인터넷 접속 환경을 커버할 수 있는 대규모 해저 광케이블 부설 계획 '투아프리카'(2Afric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투아프리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이집트-유럽간 노선을 추진 중인데, 양국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국가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 거쳐 인도와 유럽 연결

현재 인도-유럽간 통신망은 지정학적인 이유로 이집트를 경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데다 홍해의 선박 통행량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구글은 이집트를 대신해 이스라엘-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오만을 통과하는 경로를 구상 중이다. 

해당 루트는 인도와 아프리카를 광통신으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은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환경이 미비한 지역 중 하나이며, 13억 인구 가운데 4분의 1 정도만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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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전세계 인터넷 연결성이 크게 향상될 뿐 아니라 그간 이집트 통신망에 몰린 데이터 병목 현상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러한 대규모 광케이블 구축은 미개척 거대 인터넷 소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구글은 데이터센터를 전세계에 분산시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루라만 프로젝트에 정통한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글은 사우디 정부의 최종 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해 프로젝트의 낙관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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