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해 주변 색으로 위장한 약초 꽃 ‘사사패모’ 확인
인간의 채집으로 급격하게 진화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중국과학원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인간은 자연계 500배의 속도로 식물을 멸종시키는 등 자연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인간의 활동으로 빠르게 진화해 '색이 변한 식물'의 사례가 보고됐다.

중국 고산 지대에 서식하는 꽃 '사사패모(학명:Fritillaria delavayi)'는 수천년 동안 중국에서 한약재로 쓰인 백합과 식물이다. 최근 가격이 1kg 당 480달러 정도에 거래되면서 채집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이런 사사패모가 사람의 눈을 피해 주변의 바위색과 유사한 갈색이나 회색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생물학 관련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Current Biology

중국과학원과 영국 에서터대 공동 연구팀은 사사패모의 생태 변화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팀은 "우리는 당초 사사패모의 색 변화가 초식 동물에 의한 포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주위에 위협이 되는 초식 동물을 찾을 수 없어, 인간에 의한 채집이 원인이라고 추정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사사패모의 서식 지점과 마을과의 거리, 인간의 출입 용이성 등 환경을 확인하는 한편 현지인 청취 조사를 병행했다. 

조사 결과, 인간의 출입이 어려워 채집이 활발하지 않은 서식지의 사사패모 대부분은 왼쪽 사진처럼 연두색인 반면, 채집이 활발한 서식지일수록 오른쪽 사진처럼 보호색 발달로 갈색이나 회색을 한 개체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중국과학원

또 연구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분석한 결과 인간은 갈색이나 회색 등 보호색 능력이 발달한 사사패모를 발견하는데 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사사패모의 보호색 능력 진화는 인간에 의한 채집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엑서터 대학 환경보전센터의 마틴 스티븐스 박사는 "인간이 야생 생물의 생존과 진화에 얼마나 직접적이고 극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증명하는 사례다. 많은 식물이 초식 동물의 포식에 대항하기 위해 몸의 색을 변화시키지만, 사사패모의 경우 인간을 포식자로 인식해 주변과 유사한 색으로 위장했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인간의 영향으로 식물의 급속한 진화가 이루어진 사례가 존재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연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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