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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오랜 세월 함께 한 부부는 점점 얼굴이 닮는다"는 속설은 널리 퍼져있으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부는 닮는다´는 설은 과연 사실일까?

이 속설을 연구한 논문이 나와 흥미를 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풍부한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주장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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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함께 지낸 부부의 얼굴이 닮는다는 설은 미국 미시간대학 사회 심리학자들이 1987년에 발표한 논문에 근거한 것이다. 연구팀은 12쌍의 커플 얼굴 사진을 실험 지원자에게 보여주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25년 이상 같이 산 부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굴이 비슷해진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미시간대 연구팀은 그 배경에 대해 "오랫동안 인생을 함께 해 온 상대방의 얼굴을 무의식적으로 모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즉, 무의식적으로 배우자의 얼굴을 흉내내는 동안 얼굴 근육 조직이 조금씩 변화해, 얼굴 특징이 유사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美미시간대 연구팀 발표논문(1897)

이 이론은 심리학 분야 및 일상생활에서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오랜 부부의 얼굴이 닮는다는 설을 지지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실제 이 이론이 옳은지 확인에 나섰다. 

연구팀은 다양한 오픈소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517쌍의 백인 부부를 대상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을 때의 사진 (결혼 후 2년 이내)"와 "수십 년 후 촬영된 사진(결혼 20년~69년 이내)"을 수집했다. 

실험은 153명의 지원자에게 부부 중 일방의 얼굴 사진과 배우자와 무작위로 선정된 5명의 얼굴을 포함한 총 6명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실험 지원자는 부부 중 한쪽 얼굴 사진과 비교해 6명의 얼굴이 얼마나 비슷한지를 각각 평가했다. 이와 함께 얼굴 유사성을 인식하는데 사람보다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알고리즘 ‘VGGFace2’를 활용해 같은 평가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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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지원자와 알고리즘 평가를 분석한 결과, 오랜 부부의 얼굴이 닮는다는 설을 지지하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 속설은 매우 폭넓게 퍼져 있어, 이를 뒤집는 결과에 연구팀도 놀랐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부 얼굴이 닮는다는 것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구팀은 "무작위로 선택된 상대와 비교해, 오랜 부부의 얼굴은 결혼 당시 서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며 "본인과 비슷한 얼굴이나 이미지의 배우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같이 사는 동안 서로 점점 닮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과거 연구를 되돌아보고 그 타당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확실히 심리학 분야는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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