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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명절 연휴에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만나 반가운 마음 탓에 평소의 생활 리듬을 깨기 쉽다. ‘고작 며칠인데 어때’라며 마음껏 즐기다 보면 과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음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뇌의 뉴런(신경세포)이 파괴돼 불안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의 세포신호전달 분야 자매지 '사이언스 시그널링(Science Signaling)'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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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험을 진행한 것은 포르투갈 포르토 대학 세포분자 생물학학과 주임연구원인 주앙 리바스(Joao Relvas)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다. 

리바스 교수는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수컷 쥐에 10일 연속 알코올 또는 물을 튜브로 투여했다. 알코올을 투여한 중독군 쥐는 체중 1kg 당 1.5g의 알코올을 섭취했다. 

그 결과, 물만 섭취한 쥐는 거의 변화가 없었던 반면, 알코올을 섭취한 쥐는 시냅스 기능 장애가 나타났고, 불안을 연상시키는 행동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연구팀이 쥐의 뇌 조직을 분석한 결과, 알코올을 대량 섭취하면 뇌의 가장 중요한 부위인 전전두엽(prefrontal area)에 있는 신경세포가 미세아교세포(microglia)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확인했다.   

아래 이미지는 물을 섭취한 쥐의 미세아교세포(왼쪽)와 알코올을 섭취한 쥐의 미세아교세포(오른쪽)다. 오른쪽 사진에 전전두엽 신경 세포에 영향을 주는 미세아교세포가 찍혀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포르투갈 포르토 대학 연구팀 

신경원세포의 일종인 미세아교세포는 뇌의 중추 신경계를 지지하면서 면역세포 기능도 담당한다. 조직 내에서 변성된 뉴런이나 이물질 등을 잡아먹고, 물질의 운반·파괴·제거·병원성 대사 물질 청소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전전두엽은 복잡한 인지 및 의사 결정 처리를 담당하는 부위로 뇌의 최고 중추로 간주되고 있다.  

연구팀은 "알코올에 의한 시냅스 기능 장애는 신경전달을 저하시켜, 쥐의 불안한 행동을 증가시켰다. 이는 많은 양의 알코올 섭취가 신경세포의 연결을 파괴하는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시켜 불안을 유발시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팀은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 치료제인 포말리도마이드(pomalidomide)를 쥐에 투여한 결과, 염증을 일으키는 TNF(tumor necrosis factor:종양 괴사 인자) 생성이 억제돼 시냅스 파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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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TNF를 조절하는 약물이 알코올 중독 치료와 뇌에 미치는 알코올 영향 완화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리바스 교수는 "과음은 뇌뿐만 아니라 심장·간·췌장·면역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뇌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TNF 억제제를 쉽게 투여할 수는 없다"며 "알코올 문제의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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