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통해 수익 늘린 법 위반 병원…보건복지부는 ‘모르쇠’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종합병원 개설자는 회계를 투명하게 하기 위하여 의료기관 회계기준을 지켜야 한다. 수익 항목과 비용 항목을 직접 상계함으로써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손익계산서에서 제외하여서는 안된다. (의료법 제62조 의료기관 회계기준 中)

종합병원 회계 투명성을 강조한 의료법 제62조 의료기관 회계기준, 병원 경영 전반에 소요되는 자금의 쓰임을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은 물론 진단서 발급 등 일반 민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 역시 꼼꼼하게 신고해야 한다.

의료법에 따라 공개하는 병원 회계공시,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최근 3년간 회계공시 대상 종합병원 제증명료(진단서 발급 등)수익은 총 2138억 원에 달했지만 실제로 회계공시 대상 절반 이상은 허위로 공시하는 등 부실 신고로 사실상 의료법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
ⓒ데일리포스트=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

예컨대 A라는 종합병원이 법적 상한액이 2만 원이면 발급받을 수 있는 일반진단서를 법원 제출용이라는 이유로 10만 원을 받아 챙기면서도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한 해 제증명료 수익은 ‘0원’으로 제출하는 꼼수를 부렸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당연히 공개해야 할 병원 회계가 병원의 입맛대로 이뤄졌으며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전북 남원 임실 순창)의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6년~2018년까지 3년간 100병상 이상(상급) 종합병원의 제증명료 수익은 2138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640억 원 ▲2017년 691억 원 ▲2018년 806억 3310만 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제증명료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병원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의 같은 해 관련 수익은 34억 7190만 원이었으며 뒤를 이어 ▲서울대학교병원 27억 2290만 원 ▲삼성서울병원 19억 4580만 원 ▲해운대백병원 18억 4010만 원 ▲서울성모병원 18억 3960만원 순이다.

이른바 ‘빅5’라는 수식어가 붙은 서울 주요 대형병원이 단 한 곳을 제외하고 1위부터 5위를 차지했다. 반면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제증명료 수익을 매년 ‘0원’으로 신고하고 있다.

빅5 병원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을 포함해 법적 회계 공시 대상 의료기관 268곳 중 절반 수준인 131곳은 2018년 회계연도 제증명료 수익을 아예 ‘0원’으로 신고했다. 이들 뿐 아니라 일부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 역시 ‘0원’을 신고했으며 여기에 1년 만에 0원에서 억대 금액을 오가며 ‘오락가락 회계신고’에 나선 병원도 있었다.

의원실이 파악한 결과 일부 의료기관은 ‘기타 수익’ 등 다른 항목에 제증명료 수익을 포함시키는 이른바 ‘꼼수 신고’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꼼수 신고에 나선 병원들의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법규정 위반이다. 보건복지부 고시 ‘제무제표 세부 작성방법’에는 ‘수익 항목과 비용 항목을 직접 상계함으로써 그 전부 또는 일부를 손익계산서에서 제외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됐다.

결과적으로 기준에 명시된 항목을 임의로 삭제하면 안되지만 이른 관리 감독하는 보건복지부는 지금까지 단 한건의 제재조치에 나서지 않아 사실상 복지부가 이를 방관했다는 지적이다.

이용호 의원은 ”지난 2월 의료기관 투명성 제고를 위해 회계기준 적용대상을 기존 종합병원 이상에서 병원급까지 확대시키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면서 ”하지만 병원 회계 공시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제대로 될지 의문인 만큼 이제라도 복지부가 제대로 관리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 의원은 ”무엇보다 법적 공개 대상인 회계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부를 당국이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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