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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북한이 서해상에서 실종된 우리 공무원에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는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 A씨(47)가 월북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의 상부지시 이후 총격을 받았으며, 북한 측이 시신을 해상에서 불에 태운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A씨는 21일 실종됐으며, 실종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 반 경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의해 최초 발견됐다. 그리고 6시간 10분 후인 밤 9시 40분 경 총격으로 사살된 뒤 불태워졌다.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이날 NSC 상임위원회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할 의사도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과연 월북인가?,,,,,"의문투성이"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A씨는 실종 직전 "문서작업을 한다"고 말한 뒤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첩보와 실종 당시 정황을 토대로 자진 월북을 시도하다 참변을 당했다는 관계기관의 보도가 있었지만 '사전 징후'가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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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공개한 해경 상황보고서에는 이 모씨는 "21일 0시부터 당직근무 중 동료에게 문서 작업을 한다고 말하고 조타실을 이탈했다"고 적혀있다. 

A씨의 동료들은 월북 혹은 북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으며, 휴대전화와 유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가족은 A씨가 북한군이 신뢰할 수 있는 근거인 공무원증도 두고 갔다면서 월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는 A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지도선에서 벗어날 때 슬리퍼를 유기한 점, 월북 의사를 표한 점 등을 바탕으로 월북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월북 의사의 진술 정황은 북한군의 상부 보고 등 첩보로 간접 확인한 것으로, 사고로 부유물에 의지해 표류하던 A씨가 북측 해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순간적 판단으로 월북 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 北 해군사령부까지 보고...이송 과정에서 놓치기도

A씨를 총을 쏴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일은 최소한 북한 해군사령부까지는 관련 동향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보고에서"북한 해군사령부까지 보고가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누가 사살을 결심하고 명령을 하달했는지 알 수 없다"는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씨를 줄에 묶어 이동하다 놓친 북한군이 2시간 동안 수색 작업까지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군은 실종된 A씨를 발견해 월북 의사를 묻고 간단한 심문을 거쳤다. 이후 밧줄로 묶어 해상에서 육지로 끌고 가다 밧줄이 끊어지면서 A씨를 놓쳐, 2시간 가량 수색한 끝에 발견해 사살했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 보고에 의하면 북한군은 실종자를 해상에서 관리하다가 놓쳤다고 한다"고 발언했다.

◆ 외신, 北의 공무원 사살 일제히 보도 

외신들은 북한군이 서해상에서 우리 국민을 총격 살해했다는 국방부 발표 내용을 '충격적인 일'로 평가하며 이후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로이터와 BBC 등은 "북한이 남측 공무원을 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전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로 향후 남북 관계는 한층 경색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북한 사이 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발생한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을 거론하며, 이번 일로 남북관계가 한층 경색될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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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은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남북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남북·북미 간 회담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나오지 않자, 북한이 남한에 점점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북한이 자행한 이번 사건으로 서울과 평양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도 이번 사건을 속보로 보도했다. 교도통신과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밝혔다"고 긴급 타전했다.  

NHK는 "청와대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북한을 강하게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 국영언론에 따르면 최근 김 위원장이 긴급 회동한 당 정치국 회의에서 한국과의 군사 분계선 경계가 느슨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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