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성찰과 반성 안보이는 것도 불리한 양형사유'


-최 회장 '이 일을 하지않다' 항변...SK측 항소 입장밝혀




횡령과 비자금 조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4년형을 구형받았던 최태원 SK회장에게 징역 4년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반면 구속기소돼 5년형이 구형됐던 동생 최재원 부회장에게는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원범 부장판사)는 31일 최 회장에 대해 계열사 자금 46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하고 곧바로 법정구속을 집행했다. 공소사실 중 비자금 139억5000만원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편취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승연 한화 회장에 이어 재계랭킹 3위 그룹인 최 회장까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됨으로써 재벌 총수의 비리와 범죄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엄정한 처벌을 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법원은 재벌총수들에게는 국가경제 기여와 경영공백으로 인한 경제에의 악영향 등을 감안해 관용을 베풀어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공동피고인들에게 대부분의 책임을 전가하는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 진지한 성찰과 반성을 보이지 않았다"며 "SK그룹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 최 회장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 등을 모두 고려해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지난 2008년 11월 최 회장이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의 김준홍 대표와 공모해 SK텔레콤과 SK C&C의 펀드출자용 자금 465억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횡령의 주책임을 동생 최 부회장으로 보아 구속까지 했으나 이 유출자금의 사용주체는 최 회장이라는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계열사 차원에서 별다른 내부검토나 협상없이 펀드결성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며 "투자금 전용 과정이 최 회장의 개인재산 관리조직인 SK그룹 관재팀 주도하에 추진된 객관적 정황이 확인됐다"며 "유출된 자금이 종국적으로 최 회장 개인자금으로 변제돼 자금의 실질적 사용주체는 최 회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이 지배하는 계열사를 범행의 수단으로 삼아 기업을 사유화한 것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1970년대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선도해온 SK그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려 참으로 심대한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 회장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계열사 임원들에게 성과급을 과다지급했다가 돌려받는 방식으로 139억5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가 일부 위법하게 수집된 점, 최 회장이 비자금 조성을 직접 지시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유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게는 관련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따라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최 회장을 봐주기 위해 동생인 최 부회장을 무리하게 구속기소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은 선고직후 재판부가 발언기회를 주자 "제가 무엇을 제대로 증명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며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단지 이것 하나다“라고 무죄임을 항변했다. SK측은 변호인단과 협의를 거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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