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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호주 해리 퍼킨스 의학 연구소 연구팀이 꿀벌의 독에 포함된 물질이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종양 분야 국제학술지인 '프리시전 온콜로지'에 발표됐다. 

앞선 연구에서 벌독은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또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아피테라피'는 벌독 등을 이용해 감염된 세균을 죽여, 몸의 염증·통증·피부 질환 등에 효과를 기대하는 대체의학이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프리시전 온콜로지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꿀벌의 독에 포함된 ‘멜리틴(melittin)’ 성분이다. 멜리틴은 꿀벌 독의 주성분이자 벌 독에서 분리한 26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멜리틴이 치료가 어려운 악성 유방암 세포를 죽이고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실험은 실험실에서 배양한 유방암 세포에 꿀벌의 독이 어떻게 작용 하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유방암은 병리검사에서 5가지로 분류된다. 이번 실험에서 사용된 유방암 세포는 악성 세포인 '트리플 네거티브'를 포함한 여러 종류다. 

유방암의 10~15%를 차지하는 트리플 네거티브 세포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한정되어 있고, 증식 능력도 높기 때문에 예후가 나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아일랜드·영국·호주에서 수집한 꿀벌의 독(멜리틴)을 유방암 세포와 정상 세포에 노출시켰다. 멜리틴이 없는 꿀벌 독은 유방암 세포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던 반면, 멜라틴을 포함한 꿀벌 독은 유방암 세포를 완전히 파괴하고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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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를 사용해 멜리틴을 차단했더니 꿀벌 독에 노출된 유방암 세포가 살아남아, 이번 결과가 멜리틴에 의한 것임도 증명됐다. 해리 퍼킨스 의학연구소의 시애라 더피(Ciara Duffy) 교수는 "꿀벌의 독은 매우 강력하다. 멜리틴은 60분 이내에 암 세포막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멜리틴은 암세포 증식에 필요한 신호전달을 방해하고 20분 이내에 암 세포의 복제 능력을 저해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더피 교수는 "멜리틴은 트리플 네거티브 유방암에서 과잉 발현해,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의 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신호 전달을 조절한다. 또한 유방암 세포에서 과도하게 생성되는 HER2 활성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밝혀졌다"며, EGFR과 HER2를 생성하는 정상 세포는 멜리틴 노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GFR과 HER2의 과잉 발현은 폐암 등 다른 종류의 암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유방암 이외의 암 세포에도 멜리틴이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연구팀은 인공적으로 합성한 멜리틴에서도 꿀벌의 독과 거의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일련의 실험을 통해 유방암 치료에 멜리틴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연구팀은 실제 암 치료에 이를 활용하기까지는 보다 많은 연구와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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