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연구팀, 아프리카 오카방고서 4년간 실험 진행
소 엉덩이에 그린 '눈' 모양, 맹수 공격 방어에 효과적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팀

[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가축을 기르고 그 생산물을 가공하는 축산업은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야생 동물의 가축 공격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축산업과 야생 동물 간 분쟁은 아프리카 등 동물보호구역 주변에서 가장 치열하며, 축산업은 야생 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부담한다.  

사자를 비롯한 맹수의 공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아프리카에서 소 엉덩이에 눈 모양을 그리는 방법이 육식 동물로부터의 방어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UNSW) 연구팀이 발표한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

연구팀은 아프리카 보츠와나 북서부에 위치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오카방고 삼각주 지역에서 4년여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이 지역은 야생동물 보호 지역으로 대형 육식 동물이 주변 가축을 공격하는 경우가 잦고, 피해는 대부분 사자의 공격으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연구팀은 가축을 공격하는 사자·표범·호랑이 등 고양이과 동물이 매복을 통해 기습적으로 사냥하며, 사냥 전 목표물과 눈이 마주치면 쉽게 포기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이 습성을 이용해 소의 엉덩이에 눈을 그려 넣어 방어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팀

실험은 14개 무리 2천61마리의 소 떼를 대상으로 엉덩이에 그린 눈 그림이 공격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지 조사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아래가 실제 소의 엉덩이에 그려진 그림이다. 각 무리는 세 부류로 나눠 방목하기 전 두 부류에는 (a) 눈 (b) 십자표시를 그려 넣고, (c) 부류는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았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팀

4년간 총 2061 마리의 소를 대상을 실험을 실시한 결과, 눈이 엉덩이에 그려진 소 683마리는 사자의 공격으로 죽은 개체가 없었던 반면,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은 소는 835마리 중 15마리, 십자 표시를 한 소는 543마리 중 4마리가 사자의 먹이로 희생됐다. 

연구팀은 "모든 소는 같은 장소에서 방목해 위험도가 동일했다. 엉덩이에 눈을 그린 소는 분명 다른 소보다 포식이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먹잇감에게 들킨 사자는 사냥을 포기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다만, 십자 표시만 그려진 소도 공격을 덜 받았다는 점은 연구팀에게도 의외의 결과였다. 

하지만 동일 접근 방식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육식 동물이 가짜 눈에 익숙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눈' 모양 그림만으로 대형 포식자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줬다"며 "가축 엉덩이에 눈을 그리는 단순하고 저렴한 접근 방법이 축산업의 부담을 일부 경감시켜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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