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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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잠수함은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고 최대 몇 달간 수중에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사방이 모두 바다인 상황에서 잠수함은 어떻게 다른 함정이나 지상과 연락을 취할 수 있는지, 수중통신(underwater communication)의 역사에 대해 기술계 블로그인 해커데이닷컴(hackaday.com)이 해설했다. 

잠수함이 본격적으로 전장에서 활약하게 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잠수함은 해수면으로 떠올라야 기지국이나 다른 군함과 통신할 수 있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기본적으로 수상함정으로 활동했으며, 잠수는 공격이나 추적을 피하는 상황으로 제한돼, 수중통신이 불가능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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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독일 해군 잠수함대 사령관이던 카를 되니츠(Karl Dönitz)가 여러 잠수함과 연계해 적의 수송선단을 공격하는 '이리떼 전술(Wolfsrudeltaktik)'을 고안하면서 잠수함의 활발한 통신이 필요해졌다. 하지만 당시 잠수함은 다른 함정과 단파무선으로 연락했기 때문에, 무선기 사용을 위해서는 수면으로 부상해야했고 통신내용도 적에게 탐지될 가능성이 있었다 .

독일과 유사한 작전을 펼치던 미 해군은 잠수함 수중통신을 위해 'AN/BQC-1A', 일명 '거트루드(GERTRUDE)'라는 통신장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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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트루드는 배터리로 작동하는 수중전화로 SSB 통신방식을 채택한다. 거트루드는 약 4~5km 범위에 있는 다른 함정을 24.26kHz의 초음파로 호출할 수 있고, 약 365m 이내 거리라면 8.3375kHz~11.0875kHz 반송파로 음성통신이 가능하다. 그러나 염분을 포함한 해수는 공기보다 간섭이 강해 신호가 약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몇 달 동안 잠수 활동을 할 수 있는 원자력 잠수함(nuclear submarine)이 등장하면 잠수함은 "연계해 적의 수송선을 공격"하는 역할에서 "바다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장치"로 변화했다. 

그러나 잠수함에서 지상을 향해 신호를 송신하는 것은 위치 노출의 위험이 있고, 당시 기술로는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설비를 잠수함에 탑재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냉전시대 잠수함의 통신 시스템은 육상 송신국에서 발신된 전술명령을 스텔스성을 해치지 않고 수신하는 것이 요구됐다.

통신에 사용되는 전파는 주파수에 따라 그 성질이 크게 변한다. 3MHz~30MHz 단파대역(HF)과 30kHz~300kHz 장파대역(LF)은 육상이라면 전리층 굴절로 지구 전체에 도달할 수 있지만 해수에서는 급속히 약해져 잠수함 통신에는 적합하지 않다.

3kHz~30kHz 초장파대역(VLF)은 수심 20m까지 통신이 가능하지만 잠수함의 스텔스성을 확보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한층 낮은 주파수인 3Hz~300Hz 초저주파대역(ELF)이라면 수심 120m까지 통신이 가능해진다. 이에 미 해군은 1968년 'Project Sanguine'을 추진해 ELF 통신시스템 구축을 계획했다.

ELF는 전파 송신에 거대 안테나와 고출력 송신기가 필요하다. 미국은 위스콘신주에 안테나 케이블을 설치해 800메가와트(MW)에서 작동하는 고출력 송신국을 건설했다. 또 송신기를 위스콘신과 미시간에 세워, 이곳에서 ELF를 발신하는 거대한 자기장을 생성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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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LF 잠수함 통신시스템은 반전단체와 환경단체의 격렬한 반대에 봉착한다. 또한 미국 북부에 건설된 거대한 송신기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 앞바다의 수심 122m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지만, 대역폭이 매우 낮아 세 글자의 단축암호를 전송하는데 15분이 소요됐다. 이후 통신기술 발전 속에 ELF 통신 시스템은 2004년 폐지됐다. 

최근 들어 수중통신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20년 6월 Raspberry Pi를 포함한 컴포넌트·LED·레이저를 통해 수중에서 인터넷 무선연결을 지원하는 시스템인 '아쿠아 파이(Aqua-Fi)'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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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 방수 스마트폰과 청색~녹색 레이저를 사용해, 2.11Mbps 속도로 스카이프(Skype) 통화에 성공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킹 압둘라 과학 기술 대학 연구팀

해커데이닷컴은 "아쿠아 파이가 잠수함 네트워크로 활용되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전투에 국한되지는 않는다"라며 "다이버 및 원격조작 해저탐사선 등의 인터넷 상시 접속 가능성과 더불어, 해양 생물학학 및 지질학, 자연 보호,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 등에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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