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후 방치된 플라스크 표면에서 ‘우연히’ 발견
금속 망간 섭취해 에너지원으로 사용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구상의 다양한 장소에 서식하는 박테리아 중에는 매우 특이한 생태를 가진 종도 존재한다. 남극 대륙의 빙하 밑바닥 호수에서 발견되거나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증식하는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박테리아가 종종 발견되곤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구팀이 방치한 실험도구에서 금속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신종 박테리아를 우연히 발견해 화제가 되고 있다. 눈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Nature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환경 미생물학자인 재러드 리드베터(Jared Leadbeater) 교수는 망간(Mn)을 사용한 실험을 진행했고, 유리병을 탄산망간(II) 화합물로 코팅했다. 리드베터 교수는 실험 종료 후 이 유리병을 싱크대 물에 담근 상태로 수개월 정도 출장을 다녀왔다. 

몇 달 만에 연구실로 돌아온 리드베터 교수는 유리병을 코딩했던 탄산망간 화합물이 검게 변한 것을 발견했다. 분석 결과 검은 물질은 망간산화물 일종으로 밝혀졌다. 유리병이 방치된 동안 망간 이온이 전자를 잃고 산화된 것이다.

리드베터 교수는 도대체 무엇이 산화 반응을 일으켰는지 조사에 나섰다. 과학자들은 100년 이상 전부터 망간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박테리아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리드베터 교수는 유리병을 코팅 한 탄산망간을 산화시킨 범인이 망간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미지의 박테리아일 것으로 추정했다. 

우선 이번 현상이 생물학적 과정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많은 플라스크를 탄산망간으로 코팅하고 그 중 일부를 고온 증기로 멸균했다. 그리고 플라스크를 물에 담가 방치한 결과, 멸균 플라스크는 변색이 나타나지 않은 반편, 멸균하지 않은 플라스크는 탄산망간이 산화돼 검게 변했다.  

이어 연구팀은 망간 산화물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를 배양해 약 70종을 발견했다. 이후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탄산망간을 산화시킨 박테리아 후보를 2종류까지 좁히는데 성공했다.

2종의 박테리아는 각각 니트로스피라균문(Nitrospirae) 및 베타프로테오박테리아(Betaproteobacteria) 에 속하는 박테리아였다. 연구팀은 이 중 니토로스피라균문 박테리아가 단독으로 탄산망간을 산화시켰거나 2종이 공동으로 탄산망간을 산화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구팀

또 연구팀은 망간을 체내에 흡수한 박테리아는 탄산망간에 포함된 전자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세포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탄소로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망간 등 무기 화합물을 이용해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방법을 ‘화학합성’이라고 한다. 다른 금속으로 화학합성을 하는 박테리아는 알려져 있었지만, 망간을 섭취하는 박테리아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계가 존재를 예상한지 1세기 이상이 지나 마침내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망간은 지각에 세 번째로 많이 포함된 전이금속이다. 성인의 몸에는 약 12mg의 망간이 존재하며 달걀·잣·올리브오일·콩 등을 통해 인체에 흡수돼 뼈 형성 등에 관련하는 영양소로 이용되고 있다. 

수도관이 산화망간에 의해 막힌 사례가 기록으로 남아있지만, 수돗물에 포함된 미량의 망간이 산화되는 이유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의 근연종(aliied species)은 지하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이 위치한 패서디나(Pasadena)의 수돗물은 지하수를 퍼올려 음용수로 이용한다. 따라서 지하수에 서식하고 있던 망간을 산화시키는 박테리아가 수돗물에 섞여 수도관 내에서 산화망간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리드베터 교수는 지적했다. 

망간단괴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wikipedia

연구팀은 “해저에서 발견되는 검정색 광물덩어리 ‘망간단괴(manganese nodules)’의 발생도 이번에 발견된 것과 유사한 미생물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어,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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