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한 또 하나의 재앙
조류(藻類)가 복사열 흡수해 해빙 가속

조류로 분홍색으로 변한 알프스 빙하 일부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연구팀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산맥에 '분홍색 눈'이 관찰돼 과학계가 조사에 착수했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분홍색 눈은 북부 트렌티노-알토아디제주(州)의 알프스산맥과 연결된 '프레세나 빙하(Presena Glacier)'에서 목격됐으며, 기후 변화의 영향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연구팀은 "프레세나 빙하의 눈을 조사한 결과, 그린란드 빙하를 검게 물들인 것과 동일한 조류(藻類:주로 수중에서 생활하며 광합성을 통해 독립영양생활을 하는 식물의 한 분류)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빙하를 덮고 있는 눈 여러 군데가 분홍색으로 물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연구팀

연구팀은 "조류는 중위도 지역에서 봄과 여름 기간에 주로 발생하는 자연 현상으로 조류 자체가 위험한 것은 아니다. 폴란드 등 고위도 지역에서도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조류의 출현이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녹고 있다는 징후라는 점이다. 조류 성장 속도가 빠를수록, 그리고 범위가 넓을수록 조류에 덮인 빙하는 더 빨리 녹아내릴 수 있다.

이 조류의 명칭은 'Ancylonema nordenskioeldi'이며, 그린랜드의 이른바 '다크존'에서도 확인된다. 그린란드와 프레세나 빙하 모두 녹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연구팀

일반적으로 빙하는 태양 복사열의 80%를 대기로 반사한다. 하지만 조류가 출현하면 반사율이 떨어져 더 많은 열을 흡수하고, 온도가 올라가 빙하가 녹게 된다.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 조류 성장에 필수적인 물과 공기를 공급할 수 있어 더 많은 조류가 생기고 눈은 점점 더 어두운 색으로 변한다. 이것이 해발 2681m의 프레세나 빙하에서 분홍색 눈이 증식한 메커니즘이다.  

이탈리아 과학계는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가 조류 분포 및 확장과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알프스산맥에서 조류가 확대되는 원인 중 하나는 등산객이나 스키 리프트 등 사람들의 활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17년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조류를 포함한 미생물이 세계 빙하의 6분의 1 이상을 녹게 했다. 프레세나 빙하는 1993년 첫 관측 이후 현재까지 3분의 1 이상이 녹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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