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조장하는 트럼프 게시글 방치 ‘역풍’
240여개 기업 소셜미디어 광고 중단...화이자, 폭스바겐, 코카콜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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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글로벌 기업들의 잇단 광고 중단 선언으로 페이스북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사태는 인종차별적이고 증오를 조장하는 게시물을 방치한 것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광고 중단을 선언한 업체 수는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페이스북의 강력한 선제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광고 보이콧이라는 역풍 속에 점점 궁지에 몰리고 있다.   

◆ 글로벌 기업 '反페이스북' 동참 줄이어 

미국 CNBC는 6월 30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보이콧에 동참한 기업과 공식적인 참여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소셜 미디어 광고를 끊기로 한 기업 및 단체가 총 240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최근 보이콧에 참여한 기업은 미국 대형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 등이다. 화이자는 7월 한 달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모든 광고를 내리기로 했다. SAP는 "인종 차별이나 증오 표현의 확산 방지를 위한 핵심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광고를 게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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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6월 25일, 로이터와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가 7월부터 페이스북 광고를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다. 버라이즌은 성명에서 "우리를 안심시킬 수 있는 만족스런 해결책을 페이스북이 찾을 때까지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보이콧에 참여한 기업은 수십 개 정도였으며 이 중 버라이즌이 가장 큰 기업이었다. 

하지만 26일 유니레버와 코카콜라가 동참을 선언한 데 이어,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도 광고를 중단했다. 29일에는 자동차 제조사 포드, 스포츠 의류업체 아디다스·리복·푸마, 전자제품 유통점 베스트바이, 소독·위생용품 업체 클로락스, PC·프린터 제조사 HP 등이 연이어 광고 중단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 트럼프 대통령 게시물 방치에 대한 반발이 계기 

문제의 발단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게시물이다. 지난 5월 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이어지자 시위 참가자를 향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경고성 글을 올려 큰 파문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도 같은 내용을 게시했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규정 위반 및 폭력 미화로 규정하고 조치에 나선 반면 페이스북은 발언의 자유라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6월 1일 페이스북 직원 수백 명이 회사 방침에 반발해 파업을 선언하고,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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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커버그 CEO는 트럼프 대통령 등 정치인의 발언은 회사가 시비를 판단하지 말아야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5월 28일 CNBC 방송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내는 심판자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며 "정치적 발언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지만. 정치인의 메시지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 인권 단체 페이스북 보이콧 촉구...사태 장기화 조짐 

이는 페이스북이 인종차별을 방치한다는 거센 비난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대표적 흑인 인권단체인 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유대계 단체인 명예훼손방지동맹(ADL), 흑인인권단체 컬러 오브 체인지(Color of Change), 독립언론 프리 프레스(Free Press), 인권단체 슬리핑 자이언츠(Sleeping Giants) 등 여러 단체들이 '#이익을 위한 증오를 멈춰라'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리고 여론을 의식한 기업들이 가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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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매출 하락 위기에 처한 페이스북은 늦게나마 정책 전환에 나섰다. 주커버그CEO는 6월 26일 게시물과 광고에 엄격한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극우 극단주의 운동 '부걸루(Boogaloo)' 관련 계정에 대한 삭제 조치와 함께 "폭력적인 임무를 선포했거나 폭력에 연루된 개인·조직을 금지한 페이스북의 규정을 위반해 삭제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정 인종, 민족, 종교, 성적 취향, 이민 및 난민 등에 대한 혐오 광고도 금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이스북의 조치는 미흡한 양보에 불과하다”며 “보다 대담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문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형 자산 운용사 얼라이언스 번스타인 (AB)의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양 플랫폼에서 앞으로도 광고 보이콧은 계속될 것"이라눈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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