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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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고대 멕시코 및 과테말라를 중심으로 번성한 인디오 문명인 마야 문명은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많지 않다. 마야 문명은 ▲기원전 1천~350년의 중기 전고전기 ▲전성기인 4세기~9세기의 고전기 ▲10세기~16세기의 후기로 나뉜다. 

번영을 자랑하던 고전기 마야 문명은 서기 800년 이후 붕괴되기 시작했는데 역사의 뒤안길로 갑자기 사라진 고대 문명의 소멸 원인은 여전히 수수께끼다. 

최근 학계는 고전기 마야 문명이 저수지의 독극물에 의해 붕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해석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자매지인 SCI급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Scientific Reports

◆ 美연구팀, 마야 도시 '티칼' 저수지에서 수은·박테리아 확인 

과테말라 페텐 주의 열대우림 지대에는 마야 문명의 대표 유적인 티칼(Tikal)이 존재한다. 티칼은 고전기 마야에서 가장 강력한 도시들 중 하나였지만 고전기 후기 이후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티칼이 버려진 도시로 전락한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존재하지만 명확한 원인은 불분명하다. 

화학자·인류학자·지리학자·생물학자·식물학자 등으로 구성된 미국 연구팀은 티칼 유적지가 쇠퇴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대규모 저수지 4군데(Palace·Temple·Perdido·Corriental)의 퇴적물을 채취해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저수지인 'Palace'와 'Temple' 퇴적물에서 독성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두 종류의 박테리아(남조류:blue-green algae) DNA가 발견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캘리포니아 대학 케네스 탱커슬리 박사는 "도시 중심의 물은 조류(藻類) 때문에 가까이서 보면 끔찍했을 것이다. 아무도 물을 마시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내티 대학 교수이자 고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렌츠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박테리아가 만들어 내는 독성 물질은 열에 강하기 때문에 끓여도 음용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Palace'와 'Temple' 저수지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수은도 확인했다. 고대 마야 문명은 건축물을 화려한 석고로 도장했으며, 안료는 근처 화산에서 채굴된 황화수은을 포함한 광물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해당 안료에 함유된 수은이 비바람에 녹아 저수지로 흘러들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도시 중심에 위치한 'Palace'와 'Temple'의 저수지가 독소와 수은에 오염된 반면, 'Perdido'와 'Corriental'에서 박테리아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수은 농도 역시 유해한 범위기는 했지만 도심에 비하면 독성 수준이 낮은 편이었다. 따라서 티컬 주민 대부분은 'Perdido'나 'Corriental'을 통해 마실 물과 농업용수를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티칼 고대 저수지의 퇴적물 샘플 채취를 위한 장비를 설치중인 연구팀

티칼이 위치한 지역은 우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비가 내리지 않았다. 렌츠 박사는 "1년 중 우기를 제외하고는 매우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사람들은 물 확보에 고생했을 것"이라며 오염되지 않은 저수지라 하더라도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바닥을 보였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 오랜 가뭄과 질병의 온상으로 변한 저수지....지도력 붕괴로 이어져  

논문 공동저자인 캘리포니아대 지리학자 니콜라스 더닝 박사는 "마야 문명의 지도자들은 비의 신들과의 특별한 관계를 통해 물을 조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수지 물이 찰랑거리는 모습과 장엄한 궁전의 사원이 티칼 수면에 비치는 모습은 자신들의 강력한 힘의 상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9세기의 오랜 가뭄에 더해 저수지 오염으로 사람들은 "지도자가 신들의 진압에 실패했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물부족, 오염된 식수, 식량 부족이라는 총체적 어려움 속에 마야인들은 이 웅장한 도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또 도심에 거주한 지배 계급은 수은에 오염된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건강 악화로 약화된 구심력 역시 도시 쇠퇴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티칼이 버려진 것은 이처럼 여러 재앙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다. 이번 연구를 통해 수은과 유기 오염 물질 등의 요인이 새롭게 등장했다. 이는 장기간의 가뭄과 환경 악화가 도시 인구 감소와 티칼 쇠퇴의 원인이라는 가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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