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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일본 쓰쿠바(筑波) 대학 연구팀이 쥐의 뇌 세포를 자극해서 동면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술이 실용화되면 사람도 인위적으로 동면 상태로 만들 수 있어, ▲우주 탐사 ▲의료 ▲노화 지연 기술 등에 응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네이처

파충류와 곰 등 일부 포유류는 먹이가 부족한 겨울이 오면 동면에 들어간다. 동면중에는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와 산소의 양이 크게 감소한다. 

사람의 인공동면이 실현된다면 유인 우주선의 화물(필요 산소와 음식 등)을 줄여 항성간 비행(interstellar flight)이 수월해지고, 외상 및 질병으로 인한 응급의료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거나 노화와 질병 진행을 늦추는 등 의료 분야의 활용도 기대할 수 있다.

동물이 동면을 하는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실험동물인 쥐가 겨울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동면 동물의 관찰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쓰쿠바 대학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쥐를 동면에 가까운 상태로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신경 회로의 특정에 성공했다.

연구진이 쥐의  뇌에 있는 시상하부(hypothalamus) 부위의 신경세포군을 자극한 결과, 쥐의 체온이 며칠 동안 크게 저하되고 신진대사량도 감소했다. 연구팀은 활동량을 통제하는 해당 신경세포군을 '휴면유도신경'(Quiescence-inducing neurons:이하 Q신경), Q신경을 약물로 자극해 발생한 동면과 같은 상태를 'QIH'(Q neuron-induced hypometabolism)라고 명명했다.

QIH 상태의 쥐(오른쪽)는 일주일 가까이 움직임이 거의 없었으며, 37도였던 체온이 24도 근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약물 공급을 중단하자 QIH 상태에서 회복했고, 몸은 아무런 이상 없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에 연구팀은 "QIH는 야생 동물이 자연 속에서 하고 있는 안전한 동면에 가까운 상태"라고 추정하고 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일본 쓰쿠바(筑波) 대학 연구팀

연구진이 신경과학적 방법 등을 이용해 QIH 메커니즘을 조사한 결과, 'QIH는 Q신경이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민산(glutamic acid)을 보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연구진이 실험용 쥐보다 약 10배 몸이 큰 곰쥐(rat)의 Q신경을 자극한 결과, 마찬가지로 QIH 상태로 변했다. Q신경이 흥분하는 메커니즘은 인간을 포함한 많은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연구팀은 인간을 포함한 많은 동물에 동면 상태를 만드는 일종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Q신경이 존재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스나가와 겐시로(砂川 玄志郎) 박사는 "인공동면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지만 특히 응급 의료 등 의료 분야에 대한 기대가 높다. 이번 성과가 인공동면 연구를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끌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의 사쿠라이 다케시 (櫻井武) 쓰쿠바대 교수는 "미래에 화성이나 그보다 먼 행성을 목표로 우주비행을 할 때 우주비행사를 동면시키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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