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만이 대안 아니다…경제 회복 위해 뛸 수 있도록

데일리포스트=삼성의 컨트롤타워 잃으면 국내 경제 회복 더뎌
데일리포스트=삼성의 컨트롤타워 잃으면 국내 경제 회복 더뎌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삼성 때문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살기 좋아졌다고 애써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은 코로나19 감염증을 비롯해 외적 요인에 따른 심각한 경제 침체 국면인 만큼 ‘구속’만이 대안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죄를 용서하자는 것도 아닙니다. 국가와 국민에게 참회를 위한 수단으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회를 줬으면 합니다.” (A그룹 임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및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혐의로 구속심사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이 아닌 침체된 국내 경제 회생을 통해 참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8일 자본시장법(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위반 등 협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재판으로 1년간 수감생활을 거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상황에서 재차 구속수감 된다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 간 경쟁에서도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내비쳤다.

재계 외에도 일부 여론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따른 파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시각을 조심스럽게 보이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가파른 산업환경 변화 대응에 나선 ‘포스트코로나’ 계획 역시 이 부회장 구속 이후 경제 컨트롤이 부재됨에 따라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 경제분석 연구원은 “싫든 좋든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은 작지 않다.”면서 “국내 경제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삼성과 이 부회장은 침체된 국내 경제 회생을 위해 노력을 다각화했던 만큼 이 부회장의 부재는 가뜩이나 위축된 국내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불편한 국가적 관계 또는 경제적 위기 때마다 삼성과 이 부회장은 보이지 않은 민간 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주도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지난해 한·일 경제보복 과정에서 반도체 핵심호재 수출규제 조치가 발동되자 이 부회장은 일본으로 날아가 경색된 한일 무역 관계 해결 모색을 위해 노력한 바 있다.

여기에 한일 관계가 나날이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며 국내 산업 현장이 심각한 타격을 받자 오는 2025년까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13조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일본에 발이 묶인 핵심 소재와 부품, 장비를 국산화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해 그동안 일본에 의지해왔던 핵심 소재 부품 수급난에 숨통을 띄운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 같은 통 큰 투자 계획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 ‘디스플레이 신규투자 및 상생협력 협약식’에 방문해 이 부회장을 격려하기도 했다.

국내 경제와 재계의 컨트롤타워를 자임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국내 재계는 물론 산업 전반에도 파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물론 향후 10년간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 5000명을 채용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 비전을 반표했다.

이처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고 국내 경제 성장을 끌어 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이 부회장이 또 다시 구속될 위기에 놓이면서 ‘시스템반도체 2030’과 같은 거대한 청사진 역시 불안기조를 보일 전망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133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쏟아내며 국내 경제 성장에 전력하고 나설 총수를 대체할 수 있는 인물은 솔직히 찾기 어려다.”면서 “그 어느때 보다 위기상황에서 정부에 발에 맞춰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인에게 체벌에 앞서 국가에 보을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 구속심리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삼성그룹은 ‘대언론 호소문’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정상적인 경영이 위축됐으며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와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회되고 있다.”면서 “삼성이 한국경제의 위기를 극봅하는 데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6일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서 그동안 삼성이 저지른 각종 편법과 탈법, 불법, 그리고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빚어진 의혹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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