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아빠가 세상을 바꿨어요!"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6살 난 막내딸 지애나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외친 말처럼, 그의 죽음은 세상을 뒤흔들었다.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10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심야 폭력, 약탈, 방화 등의 사건이 이어지면서 워싱턴DC, 뉴욕, LA, 시카고 등 40여개 도시에 통행금지가 발령됐다. 

하지만 시위대가 통금 명령을 거부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잇따랐고, 10일간의 항위 시위 과정에서 1만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AP통신이 4일 (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시별로는 LA에서 가장 많은 2천500여명이 체포됐고, 뉴욕에서 2천여명, 워싱턴DC에서도 400여명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진압이 '너무 과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시위자들과 심지어 취재진들도 경찰이 마구 쏜 고무탄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이 생방송에 고스란히 전파됐다. 

소셜미디어 상에 경찰이 쏜 고무탄에 맞아 한쪽 눈이 다치거나 심지어 실명하는 등 큰 부상을 입은 시위자들의 사진이 올라오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특히 미국 뉴욕주 버팔로에서 시위하는 75세 남성 노인을 땅바닥에 밀쳐 넘어뜨려 노인의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도 그대로 방치하고 지나가는 경찰들,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딸을 목말 태우고 시위에 참여하던 흑인 남성에게 고무탄총을 겨눈 백인 경찰 등 언론에 공개된 경찰들의 행동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일부 언론은 경찰의 고무탄 사용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NBC뉴스는 4일(현지시간) 기사에서 "고무단은 신체에 장애를 줄 수 있고, 영구적인 부상을 입힐 수 있고, 심지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또 뉴저지 주의 베르겐 카운티의 브라이언 히긴스 전 경찰서장의 말을 인용해 "고무탄은 '매우 위험한 사람들'을 진압할 때에만 사용돼야 한다"며 "거리의 군중들에게 고무탄을 마구 발사하는 것은 무모하고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비난했다.

◆ 한발 물러선 트럼프... 행정부 내 파열음 커져

시위대 진압을 위해 군 동원 가능성을 경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민들의 맹렬한 비난의 목소리에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뉴스맥스TV 인터뷰에서 군 동원에 대해 "시위 상황에 달려있다"며 "군 병력을 꼭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  

항의 시위 대응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 내 파열음도 커지고 있다. '군을 투입해 강경 진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방침에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브리핑을 자처해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고 에스퍼 국방장관의 경실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일제히 보도했다. 

◆ '8분 46초'

4일(현지시간) 오후 2시, 플로이드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미국 시민들은 그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숨을 쉴 수가 없었던 '8분 46초' 동안 일체의 활동을 중단하고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은 물론, 정치의원들, 그리고 코로나19 전쟁 일선에 있는 의료진 등 미국 전역의 모든 이들이 8분 46초 동안 플로이드의 명복을 빌었다. 

약탈과 방화 등 과격 시위는 플로이드의 전국적 추모행사와 침묵의 시간으로 그의 마지막 길을 차분하게 추모하는 분위기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미국 CNN방송은 "흑인을 상대로 한 폭력 범죄로 경찰관들이 기소되는 일은 드물다"며 "드물게 기소된 경우에도 배심원들은 유죄 평결을 내리기 꺼려하는 태도를 반복적으로 보여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플로이드의 죽음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무시되고 간과돼 왔던 흑인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법의 심판을 이끌어냈다.

미네소타주 검찰은 3일(현지시간) 플로이드를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 경찰 데릭 쇼빈에게 당초 적용한 3급 살인 및 2급 우발적 살인 혐의에 더해 2급 살인 혐의를 추가 적용한다고 밝혔다. 

2급 살인은 피해자를 죽일 생각은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심각한 중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적용된다. 3급 살인에 비해 최고 형량이 15년 길다. 이로써 쇼빈은 최대 40년형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사건 현장에 있었던 다른 경찰관 3명 모두 2급 살인 공모 및 2급 우발적 살인에 대한 공모 혐의로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에 플로이드 유족 측은 "쇼빈이 살해 의도가 있었음을 뜻하는 1급 살인 혐의로 기소돼야 한다"며 "검찰총장이 가족들에게 수사가 진행 중이며 1급 살인을 지지하는 증거가 있으면 그렇게 기소하겠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