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전쟁 선포 나선 트럼프 대통령 "시위대는 쓰레기...강경 진압"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정의구현을 위한 시위 참여자 존경과 지지"

데일리포스트=미국을 뒤흔든 '흑인 사망' 시위
데일리포스트=미국을 뒤흔든 '흑인 사망' 시위

[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목소리가 미국 전역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위조지폐 거래 용의자로 지목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5분간 눌려 숨졌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 나를 죽이지 말라"며 애원했지만, 백인 경찰은 아랑곳하지 않고 목을 계속 압박했다. 숨이 끊기기 전 "엄마!(Mama!)"를 온 힘을 다해 외치던 그는 결국 경찰의 무자비한 제압으로 끝내 사망했다.. 

성난 시민들은 그가 마지막으로 외친 "나는 숨을 쉴 수가 없다"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No Justice, No Peace)"라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이 항의 시위는 사고가 발생한 미니애폴리스를 시작으로 LA, 뉴욕, 워싱턴 DC 등 140여개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5월 27일(현지시각) 미국 CNN방송,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처음에는 평화행진을 이어갔지만 점차 격화됐다고 전했다. 

시위대가 지역 매장의 창문과 경찰차량의 유리창 등을 파손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 반발이 거세지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대응했다. 

CNN 등 외신은 시위 진압을 위해 주(州)방위군을 투입한 지역도 워싱턴DC를 비롯해 21개주에 달했고, 투입된 병력은 모두 5000여 명이며 2000명이 언제든 추가 배치될 수 있다고 전했다. 

플로이드 사건 시위는 단순히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한 분노가 아니다. 세월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흑인에 대한 백인의 인종차별을 향한 오래 묵은 울분의 폭발이다. 

플로이드의 죽음에 앞서 5월 25일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한 흑인 남성은 백인 여성에게 반려견의 목줄을 채우라고 말했다가 "흑인으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를 당한 일이 발생했다.

앞서 2월 23일에는 미국 조지아의 주택가에서 조깅하던 흑인 청년이 강도라는 의심을 받고 전직 경찰인 백인 남성과 그의 아들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은 큰 논란을 일으켰다.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받고, '흑인'이라는 이유로 소중한 목숨을 빼앗긴 인종차별적 범죄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폭발하면서 이번 항의 시위도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또 그동안의 미국 사회 내 존재했던 인종차별과 소득불평등 등 다양한 분노와 좌절이 이번 시위에서 분출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봉쇄조치와 경제 둔화, 대규모 실직사태로 좌절한 미국인들이  플로이드 사건을 당하면서 불평등과 관련한 고통을 분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불에 기름 붓는 트럼프

성난 시위대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비난이 시위 폭력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위를 주도하는 '안티파(Antifa,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해 폭력적인 방법도 불사하는 극좌파 지칭)'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말 그대로 분노의 불에 기름을 부었다.

또 시위대를 '폭력배(Thugs)'라고 지칭하며 "약탈이 발생하면 발포한다"며 시위 진압을 위한 군투입은 물론 총격 대응 엄포까지 내놓고 있다. 

이 발언에 더욱 성난 시위대가 워싱턴DC 백악관 앞으로 모여들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한때 지하벙커로 피신해 1시간 가량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백악관에 적색경보가 발령되면 대통령은 지하벙커로 이동한다"며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아들 배런을 비롯한 대통령 가족도 함께 이동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피 다음 날 비밀경호국이 시위에 잘 대응했다고 칭찬했고, 같은날 자신은 “안전하다”며 민주당 소속의 워싱턴DC 시장이 백악관 앞 시위를 지지했다는 식의 비난 트윗을 올리며 이번 시위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 유명 인사들 "인종차별 문화 청산" 동참

유명인들까지 나서 관계자 처벌과 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 트위터를 통해 "이 사건이 2020년 미국에서 정상이 돼선 안 된다"며 "이 나라에서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최고의 이상을 실현하고 우리가 더 나아지기를 원한다면 이번 사건은 정상일 리가 없다"고 적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순간을 진짜 변화를 위한 전환점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제하의 또 다른 글에서 "전국에 걸친 시위의 물결은 경찰의 관행 및 광범위한 미국의 사법 제도 개혁이 지난 수십년간 실패한 데 대한 진실하고 정당한 좌절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오바마는 또 "시위 참여자들의 압도적 다수는 평화롭고 용감하며 책임감 있고 고무적이었다."며 "그들은 비난이 아닌 우리의 존경과 지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직설했다.

미국 현지 일각에서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가 시위대를 '안티파'로 몰고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도 플로이드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며 "나는 매우 슬프고 고통스러우며, 정말 화가 난다. 모든 이의 고통과 분노, 절망에 공감한다”면서 “이 나라의 뿌리 깊은 인종주의와 유색인종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이들과 같은 편에 서겠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 '무릎 꿇은' 美 경찰들... 항의 시위 동참

다수의 현지 언론에서는 뉴욕경찰(NYPD) 소속 경찰관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영상이 보도됐다.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행진하는 시위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후 시위대 한복판으로 들어온 경찰관들은 시위대가 플로이드를 비롯해 2015년 비무장 상태서 총에 맞아 숨진 흑인 등 경찰에 의해 억울하게 사망한 흑인들의 이름을 연명하는 동안 자세를 유지했다.

제프리 매드레이 뉴욕경찰서 부서장은 "요즘 매우 혼란스러운 밤이었고, 그래서 무릎을 꿇었다"며 "평화를 꾀하고 중재하기 위해 지역 사회와 함께 무릎을 꿇을 수 있다면 나는 매일 무릎을 꿇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릎 꿇기'는 미식축구 선수 콜린 캐퍼닉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한 쪽 무릎을 꿇은 데서 비롯된 바 있다.
 
1일(현지시간) 미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검시관은 경찰이 플로이드의 몸을 누르고 목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플로이드의 심장이 멎었다며 이는 '명백한 살인'이라는 부검결과를 내놨다는 AP통신 등 외신의 보도가 나오면서 분노의 시위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플로이드 사건이 드러낸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시민들의공분을 사며 전 세계적 시위로 번지고 있다. 

CNN방송은 네덜란드, 독일, 브라질,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플로이드 사건 시위에 동참하거나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세계 정상들도 비난의 목소리를 더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플로이드의 죽음에 충격을 받았다"며 "뉴질랜드 내 평화적이고 단결된 시위를 환영한다"고 응원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서도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라며 경각심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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