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비방 기사 건당 30만~100만원 협찬 책정
대우건설 홍보팀 “해당 사업부에서 진행한 듯…몰랐다”
건설업계 “동업자 정신 무너뜨린 치졸한 행위”

데일리포스트=대우건설, 협찬금 제시하며 삼성물산 흠집기사 요구
데일리포스트=대우건설, 협찬금 제시하며 삼성물산 흠집기사 요구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코로나19로 대내외적으로 실적이 부족한 상황에서 1조원 규모의 반포3주구 시공권 확보를 위한 대우건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홍보대행사까지 동원하면서 상대방을 타격하는 것 자체는 동종 업계 입장에서 볼때 조금 민망합니다.”(A 건설사 관계자)

지난해 추가공사비 등 논란으로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HDC현대산업개발이 선정 취소되며 진통을 겪었던 반포1단지 3주구가 이번에는 경쟁사를 고소한 내용을 언론에 악의적으로 퍼트리면서 사상 최악의 수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7일과 8일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뉴스에는 ‘반포3주구 소송전…대우건설, 삼성물산 고소’라는 제하의 기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쏟아졌다.

강남권 최대 재건축 사업장 반포3주구 시공사 입찰에 나선 대우건설이 경쟁사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조합장 한 모씨가 자신들의 회사를 ‘최악의 건설사’ 등으로 폄훼하고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소한 내용이 적시됐다.

양일간 주요 포털 뉴스면을 도배한 관련 기사 가운데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대우건설이 동원한 애드버토리얼(광고 기사) 전문 홍보대행사가 협찬금을 조건으로 출고한 기사가 태반이다.

실제로 인터넷 언론사 기자들에게 대우건설이 고용한 대행사가 협찬을 조건으로 기사화를 요구하는 은밀한 제안이 나왔다. 네이버 뉴스 검색 서비스가 가능한 인터넷 언론을 대상으로 적게는 3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까지 조건을 제시하며 삼성물산 흠집기사를 배포했다.

온라인 광고 기사 전문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자신들이 고소한 삼성물산과 조합장을 타격하기 위한 협찬성 기사 배포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우건설은 이에 앞서 지난 3월에도 반포3주구 최대 경쟁사 삼성물산 타격을 위한 언론플레이를 추진한 바 있다.

당시에는 홍보대행사가 아닌 친분이 높은 건설부동산 담당 기자를 통해 네이버 서비스가 가능한 언론사들을 섭외해 자신들이 확보한 삼성물산의 비방 기사를 요청한 것이다.

대우건설의 요청을 받은 해당 기자는 자신과 친분이 있는 타 매체 기자들에게 삼성물산 흠집기사를 조건으로 300만원 협찬을 제시한 바 있다.

OOO신문사 A기자는 “삼성물산과 관계가 좋은지 모르겠다.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기업 협찬도 줄었을텐데 대우건설에서 300만원 협찬을 준다고 하니 자료 보내주면 기사 작성 부탁한다.”고 제안했다.

공사비가 1조 원에 육박하는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사의 치부를 언론을 통해 드러내 경쟁사의 이미지는 추락시키는 반면 자신들은 유리한 평가를 받겠다는 치졸한 전략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협찬금을 조건으로 네이버 뉴스 검색 서비스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는 그로부터 두 달 남짓한 이달 초부터 경쟁적으로 쏟아졌다. 물론 당초 기사 조건이던 협찬금의 규모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당 사업부(반포3주구)가 홍보대행사를 통해 사업 홍보를 위한 기사를 의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삼성물산을 흠집 내기 위해 협찬금을 조건으로 언론사들을 동원했는지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매머드급 사업장으로 관심이 집중된 만큼 서울시도 수주전의 과열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지난 2월 본 사업장을 ‘선제적 공공지원 1호 시범사업장’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비사업 수주전 과정에서 만연돼 온 불공정 경쟁을 막겠다는 서울시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여기에 대우건설이 경쟁사 삼성물산과 조합장을 고소하고 나서면서 오는 30일 예정된 조합 총회 역시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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