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장기를 칩에 재현해 연구하는 시대 ‘성큼’
인간 장기를 칩에 재현해 연구하는 시대 ‘성큼’
  • 김정은 기자
  • 승인 2020.05.07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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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xhere 제공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현대 약품과 화장품 개발은 인간 임상 시험 전단계로 동물 실험이 필요하다. 그러나 동물 실험을 통해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윤리적 문제도 지적된다.  

최근 인간의 장기를 메모리 스틱 크기의 칩에 재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의약품 개발 속도와 동물 실험 절감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동물실험 없앤다? 칩으로 재현한 미니 장기 연구 가속도  

하나의 의약품이 개발돼 시장에 진입까지 몇 개의 관문을 거쳐야하며, 일반적으로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연구 개발비가 소요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또 실제로 승인까지 이루어져 진료 현장에 제공되는 의약품 비율은 시험 약물 중 13.8%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발 마지막 단계는 인체 실험으로, 그 과정에서 배양한 세포 및 동물 대상 실험이 이루어진다. 

배양한 인간 세포를 사용한 실험은 비교적 저렴하지만 생체 내 환경과는 차이가 있으며, 동물 대상 실험 역시 종의 차이 등으로 인체와 똑같은 조건을 재현하는 것은 어렵다. 이에 약물 후보 물질의 효능 과 안전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가령 동물 임상 과정에서 원숭이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부작용이 사람에게는 나타나거나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는 부작용이 원숭이 실험 단계에서 확인되는 등의 문제로 유망한 약물 개발이 동물 실험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도 존재한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이러한 의약품 개발의 병목 현상을 극복하는 기술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인간의 장기가 가지는 생리 기능을 칩을 통해 재현하는 '장기 칩' 개발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도널드 인그버(Donald E. Ingber) 소장이 이끄는 하버드 대학 연구 기관인 비스연구소(Wyss Institute for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다. 이미 2010년 연구팀은 폐의 기능을 재현한 장기 칩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  ‘인체 장기’를 구현하는 획기적 기술

장기 칩은 컴퓨터 메모리 스틱 정도의 크기이며, 투명하고 유연한 폴리머로 구성된 마이크로 유체 배양 장치다. 칩은 다공성 막으로 분리된 2개의 채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기를 본뜬 한 쪽 채널에서는 특정 장기 세포가 배양되고, 혈관을 본뜬 다른 쪽 채널에서는 혈관 내피 세포가 배양된다. 2개의 채널은 각기 독립적인 액체를 보내 장기 모델로서의 기능이 유지되지만, 채널을 분리하는 막을 통해 사이토 카인(cytokine)·투여한 약물·약물을 분해한 대사체 등의 분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 

이미 창자·간·신장·심장·폐·피부·뇌 등의 장기 칩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각각의 장기 칩이 가진 혈관계 채널을 연결해 개별 기관뿐만 아니라 인간의 전신을 본뜬 장기 칩 모델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약물 투여시 여러 장기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Wyss Institute at Harvard University

연구팀은 “여러 장기 칩을 연결한 모델 구현을 통해 생체에 약물을 투여했을 때 약물이 어떻게 흡수되고 표적 부위에 언제 도달되는지 등을 파악하는 ‘약물동태학(pharmacokinetics) 및 생체 내 약물 작용을 조사하는 ’약력학(pharmacodynamics)‘ 관점에서 약물 효과를 조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러 장기 칩을 연결한 모델을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도 진행됐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8개 기관 칩을 연결한 상태에서 고도로 최적화된 혈액 대체물을 내보냈다. 해당 장치는 모든 조직과 장기적인 기능을 3주 동안 유지했으며 각 조직별 화학 물질의 양도 정량적으로 예측하는데 성공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서로 연결된 장(腸)·간·신장의 장기 칩을 유체 혼합 저장소에 연결해 생체와 마찬가지로 혈액과 약물을 장기 칩 간에 교환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 그리고 장을 본뜬 장기 칩에서 니코틴을 투여해, 장내에서 니코틴이 흡수되고 간에서 대사가 이루어져 신장에서 배설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연구팀이 모델 분석 결과와 사람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최대 니코틴 농도와 각 조직에 니코틴이 도달하는 시간 등의 요소가 성공적으로 반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Wyss Institute at Harvard University

현재 연구팀은 항암제로 투여하는 시스플라틴(cisplatin) 약리 작용에 대해서도 복수의 장기 칩을 결합한 모델을 통해 측정하고 있다. 인그버 소장은 "비스연구소는 공상과학 소설을 과학적 사실로 구현하고 있다. 장기 칩을 통한 생체 모방에 대한 제약 업계의 관심이 한층 높아져, 동물 실험을 점차 줄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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