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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과거 연구를 통해 운동을 하면 기억력이 향상되고, 알츠하이머 증세가 호전되는 등의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생물학과의 데이비드 A 라이클 교수가 운동과 뇌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인간 진화에 있어 운동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견해를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에 게재했다.  

◆ 운동이 뇌에 미치는 영향

수십 년 동안 인간은 성인이 되면 뇌가 뉴런(신경세포)을 생성하지 않으며 오히려 줄어들기 시작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미국 소크 생물학연구소 연구팀은 1990년대 "쥐가 달리면 해마에 새로운 뉴런이 생성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여러 연구를 통해 나이가 들수록 인간 뇌에 운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알츠하이머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소크 생물학연구소 연구팀 논문(1999)

또 소크 생물학연구소 연구는 쥐 실험을 통해 "운동을 통한 뉴런 생성이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에 관여하고 있으며, 운동 이후 생성된 신경은 기억력을 개선시킨다"고 발표했다.  

일리노이 대학에서 실시한 2006년 실험에서는 60세~79세 노인이 유산소 운동을 하면 BDNF와 해마 영역이 증가하고, 기억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 논문(2006)

2019년 영국에서 7000명 이상의 중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중간 강도의 운동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해마의 부피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운동과 해마의 관계를 다룬 영국 논문(2019) 

운동이 뇌신경 형성 및 기존 뉴런 간 결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았지만 기존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운동이 뇌 해마와 인지 기능에 유익하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일리노이 대학 연구팀은 "운동을 통한 뇌 영역 증가는 계획·의사결정·멀티태스킹을 포함한 인지기능 강화와 관련이 있다. 신규 뉴런 생성이 아닌, 기존 뉴런 사이의 결합 증가가 운동이 뇌 영역에 미치는 유익한 효과의 원인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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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와 뇌의 진화

인류는 약 600만 년에서 700만 년 전에 이족보행으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정적인 보행으로의 진화는 뇌의 진화를 통해 가능했고, 이 과정에서 인지능력도 함께 높아졌을 것이다.  

약 200만 년 전 추운 기후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인류의 조상은 채집과 함께 본격적으로 동물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약 1만 년 전 농업과 목축이 시작되기 전까지 사냥과 채집은 약 200만 년 동안 자급자족의 주축이었다. 식량 확보를 위해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주변을 탐색해야했는데, 이러한 공간 인지는 해마에 의존하는 영역이다. 또 시각 및 청각을 이용해 음식을 찾고, 이전에 어디를 사냥했는지 어떤 음식을 언제 어디서 구했는지 기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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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서 인류의 뇌는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모두 사용해 결정을 내리는 한편, 사냥과 채집을 위한 탐색 경로를 계획해기 시작한다. 이는 해마와 전두엽 피질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인지 작업이다. 또 수렵과 채집은 집단으로 먹이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기억과 공간 인식뿐 아니라 의사소통 필요성도 점차 커졌다. 멀티태스킹 처리는 주로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이 제어한다. 

즉, 진화 관점에서 뇌는 식량을 발견할 가능성을 확대하고, 식량 확보 전후의 과정에서 야기될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 뇌를 단련하는 운동은?

200만 년 전 인류는 생존을 위해 유산소 운동을 해야 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음식을 위해 유산소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라이클 교수는 "운동과 멀어진 현대인들은 노화로 인한 뇌의 쇠퇴와 인지 기능 저하를 겪고 있다. 인류의 조상이 예상치 못한 환경에서 기억과 인지력을 높이며 진화했던 것처럼, 유사한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다면 알츠하이머 등 신경 퇴행성 질환을 개선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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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대학 연구팀은 2018년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이는 증상인 경도 인지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뇌 인지와 운동에 따른 변화를 조사했다. 실험 참여자에게 비디오 게임과 운동을 동시에 하도록 한 결과, 운동만 하는 것보다 BDNF가 크게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인간 뇌에서 BDNF가 운동으로 생성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라이클 교수는 "인지 활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스포츠가 뇌를 활성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환경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 스포츠, 자연 지형을 이용한 코스에서 행해지는 ‘크로스컨트리’ 등을 예로 들었다. 

한편 미국보건복지부는 중간 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최소한 150분, 혹은 격렬한 유산소 운동 75분을 권장하고 있다. 라이클 교수는 지침에 따른 운동법도 뇌 건강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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