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식물은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몇년간 여러 연구를 통해 인간을 비롯한 동물뿐 아니라 식물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2014년 미모사(학명: Mimosa pudica,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풀) 실험에서는 미모사가 일종의 학습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식물은 귀가 없지만 해충에 먹힐 때 씹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또 지난해 발표된 연구에서, 고구마 품종 가운데 냄새를 통해 적의 습격을 주위 개체에 전하는 품종이 존재한다는 것이 판명됐다. 당시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논문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된 연구논문

이처럼 식물은 사람들의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목받은 연구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밝혀낸 "식물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초음파 비명을 지른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결과를 실은 논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게재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연구팀의 논문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은 이미 2013년 연구에서 식물에 녹음장치를 장착해, 식물 줄기에서 발생한 미세한 소리를 검출해 내는데 성공한 바 있다. 이는 가뭄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식물 내에서 형성된 기포가 터져 물을 운반하는 조직 내에 진동을 유발시켜 발생한 소리였다. 과거 연구는 식물 자체에 장착된 녹음장치로 소리를 감지하는 방식이었다.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의 2013년 연구 논문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의 2013년 연구 논문

연구팀은 식물이 내는 소리가 공기를 타고 주위에 들리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 결과는 생물학 학술논문 저장소 '바이오아카이브(bioRxiv)' 2019년 12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는 작물인 토마토와 담뱃잎을 온실과 방음실 각각의 환경에 세 쌍씩  배치하고 약 10cm 떨어진 위치에 마이크와 초음파 측정기를 설치했다. 그리고 작물을 ▲건조한 (가뭄) 상태로 인한 물 부족 스트레스 ▲줄기에 칼집을 넣은 물리적 손상 스트레스 ▲특별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은 환경의 3가지 조건에 노출시켰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특정 소리가 마이크에 기록되는지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된 작물은 각각 10~100kHz의 초음파를 방출했으며, 이에 따라 온실과 방음실 모두 10cm 떨어진 마이크를 통해 소리가 기록됐다. 소리는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일부 동물 은 인구 3~5m 떨어진 곳에서 ‘비명’과 같은 식물들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실험을 통해 식물 종류와 스트레스 종류에 따라 소리의 빈도에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가령 토마토는 가뭄 상태에서 평균적으로 시간당 35회, 상처를 입은 토마토는 시간당 25회 정도 소리를 방출했다. 반면 담뱃잎은 가뭄 상태에서 시간당 11회, 상처에는 시간당 15회 소리를 냈다. 같은 스트레스 요인으로도 식물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인 것. 대조군(편범한 환경)의 경우 각각 시간당 1회 이하의 빈도로 반응을 보였다.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xhere.com 제공

이어 연구팀은 각각의 작물이 내는 소리가 스트레스 요인에 따라 주파수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식물의 소리만으로 식물 종류와 어떤 스트레스인지 판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식물 소리를 분류한 결과, 가뭄 상태·상처가 났을 때·일상의 세 가지 상황을 소리만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기술을 통해 가뭄에 강한 개체 선별 등 농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해당 실험에서는 식물이 모든 스트레스에 반응해 소리를 내고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토마토와 담뱃잎 외의 다양한 식물에서도 유사한 소리를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또 식물이 내는 소리를 일부 동물이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나방 등 곤충은 소리를 듣고 알을 낳을 식물을 선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