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과점 용납안돼…공공배달앱 개발“ 강수
소상공인 반발 이어 정치권 비난…백기 든 ‘배민’

데일리포스트=꼼수 부리다 뭇매 맞고 백기 든 배달의민족
데일리포스트=꼼수 부리다 뭇매 맞고 백기 든 배달의민족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김봉진 대표와 만났는데 수수료를 올린다든가 이런 것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어떤 약속이 있었습니다. (김 대표 약속 과정에서) 증인들이 있습니다.” (지난 1월 10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지난 1월 10일 국내 배달앱 1위 기업 ‘배달의민족’이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 히어로간 인수합병 이후 배달의민족과 계약된 소상공인들이 수수료를 인상할 것을 우려하자 배달의민족 모기업인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와 소상공인 관계자들의 만남을 중재한 박 장관이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의 일부다.

국내 배달앱 순위 2위 ‘요기요’를 집어 삼킨데 이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까지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 인수합병 이후 돈 벼락을 맞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당시 소상공인들과 만남에서 “소상공인들이 걱정하는 부분(수수료 인상)은 걱정하지 않게 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 약속은 불과 3개월 만에 깨졌다. 3개월만에 말이다. 소상공인과의 상생경영을 위해 수수료 인상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박영선 중기벤처 장관을 증인으로 큰 소리쳤던 김봉진 대표의 배달의민족이 최근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매출의 일정 금액 수수료 납입)로 시도하려다 되레 거센 뭇매를 얻어맞았다.

더욱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전 국민적 내수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에서 시도된 꼼수 인상이어서 이를 지켜본 배민 가입 소상공인 장본인은 물론 여론의 시선은 매서웠다.

당장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 정국 혼란을 틈타 슬그머니 수수료 체계 변경을 시도한 배민을 겨냥해 “독과점(獨寡占)에 의한 횡포”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실제로 이 지사는 배민의 수수료 체계 변경이 논란이 일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독과점의 횡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 본다. 무엇인가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린 바 있다.

사진설명=지난 1월10일 박영선 중기벤처 장관은 "김봉진 대표는 수수료 인상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진설명=지난 1월10일 박영선 중기벤처 장관은 "김봉진 대표는 수수료 인상 절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지사는 “안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힘 좀 가졌다고 힘없는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며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 되겠나?”라며 “독과점 배달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인 경쟁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며 배민에 맞선 공공배달앱 개발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소상공인연합회 역시 지난 3일 배민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꼼수 현상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률제는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어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DH(딜리버리 히어로)와 배민의 본사인 우아한형제들 사이의 기업결합 심사과정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꼼수 인상 시도로 피해 당사자인 소상공인연합회의 비난에 이어 사회 부조리에 있어 강력한 대응을 실천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공공배달앱 강수까지 얻어맞은 배민은 이번에는 집권여당으로부터 호된 질책도 피하지 못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비상경제대책본부장은 6일 “바뀐 수수료 체계가 잘 되는 배달음식점 사장들을 타깃으로 한 수수료 폭탄이라는 여론의 거센 공분이 있다.”면서 “5.8% 정률로 수수료를 떼어가면 장사가 잘되도 결국 상당 부분 IT업계(배민)에게 바치는 꼴이 되지 않겠나?”라고 일갈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이어 이재명 경기지사, 그리고 집권여당 경제대책본부장까지 배민의 꼼수 인상에 융단 폭격을 쏟아내면서 결국 배민은 백기를 들었다.

배달의민족 김범준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자신들이 새롭게 선보인 요금체계 논란에 공식 해명과 함께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김 대표는 “업주 및 각계 의견을 경청해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며 “주문량 변화와 비용 부담 변화 등 데이터를 민밀히 검토하고 데이터가 쌓이면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뒤늦게 개선안을 내놨다.

코로나19 정국에서 기습적인 수수료 인상 시도에 나섰다고 된서리를 맞은 배달의민족의 횡포를 지켜본 네티즌들의 반응도 차갑다.

자신을 배달전문 음식점 관계자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배민라이더스는 16.5%(부가세포함)까지 수수료를 받기도 한다.”며 “물론 배달비 빼고 식당이 지불하는 수수료일 뿐이며 정부와 지자체가 거대한 공룡인 배민에 맞서 배달앱을 개발해주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IT 스타트업계 레전드로 꼽히는 배달의민족 회사 우아한형제들의 독과점 현상에 동종 업계는 배민의 거대한 탐욕이 순수한 열정과 아이디어로 미래 성공 스타트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IT 스타트업 대표는 “솔직히 미국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중국의 알리바바(마윈 회장) 등을 지켜본 국내 청년 스타트업 지망생들에게 배달의민족은 정말 잘못된 창업의 전형이 될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최근 청년 스타트업의 꿈이 회사를 키워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기 보다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매각하겠다는 현상을 보면 제2, 제3의 배달의민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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