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수 사장 “죄송하다” 사과에도 여론은 ‘싸늘’
국내 보험 순위 5위 한화손보…브랜드 이미지 ‘흔들’

데일리포스트=한화손해보험, 12세 초등학생에 2690만원 구상권 청구 소송
데일리포스트=한화손해보험, 12세 초등학생에 2690만원 구상권 청구 소송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러분. 이 보험사…국내에서 꽤 큰 보험사입니다. 올해 만 12세도 되지 않은 이 어린아이한테 2690만원을 내놔라. 너희 아버지가 잘못했으니 돈 내놔라. 부모가 없어 보육원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한테 이게 말이 됩니까?”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 유튜브 방송 中)

지난 24일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상식을 벗어난 소송 사건을 전하며 분개했다. 국내 손해보험 순위 5위인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이 이제 만 12세 초등학생을 상대로 2700만원 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의 방송을 접한 대다수 국민들 역시 한화손해보험의 해괴망측한 소송에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거센 공분을 일으켰다.

구상금 청구 대상인 채무자 A군(초등학교 6학년·12세)의 어머니는 A군이 6세 때 집을 나가 지금까지 연락이 두절된 상태이며 설상가상 자신을 돌보던 아버지까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졸지에 고아가 됐다.

A군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한화손보는 고인의 사망보험금 1억 5000만원을 법정 비율에 따라 유가족인 A군 어머니니와 A군에게 각각 6대4로 지급키로 결정했다.

다만 1억 5000만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9000만원을 지급 받아야 할 A군의 어머니가 행방불명인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한화손보가 보관하고 있으며 나머지 6000만원은 A군이 미성년자인 관계로 후견인인 A군의 고모가 맡고 있다.

하지만 한화손보는 태도를 바꿔 A군의 아버지가 사고 당시 상대 차량 동승자의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5300만원 가운데 2690만원을 A군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한 네티즌은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나?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이정도 수준인가? 정말 실망스럽고 부디 어린 다문화 초등학생이 이런 척박한 세상에서 잘 성장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무리 돈에 눈이 먼 기업이지만 어떻게 초등학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나? 한화손해보험, 아니 한화 전 브랜드 이제부터 불매운동 하겠다.”고 일갈했다.

유튜브 방송에서 A군 사건의 전말을 소개한 한문철 변호사는 “보험사를 밝힐 수 없지만 이 보험사의 상술적 꼼수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다.”면서 “솔직히 보험사는 A군의 어머니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9000만원이 있지 않냐?”고 성통했다.

한 변호사는 “계산 빠른 보험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오래전 집을 나가 연락도 없고 행방도 알 수 없는 엄마의 돈 9000만원을 지급하지 않고 그대로 소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고 이후 지급해야 할 제척기간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까지 보험사는 계산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변호사의 이 같은 전망은 법으로 정해진 제척기간(법률이 정하고 있는 권리에 대한 존속기간)이 지나면 지급될 보험금은 자동적으로 보험사의 권리로 돌아가는데 사고 당시인 지난 2014년을 감안하면 오는 2024년 전까지 A군의 어머니가 나타나지 않으면 보험금 9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한 변호사는 또 “이처럼 제척기간이 지나면 보험사가 지급액 9000만원을 소유하고 여기에 청구한 구상금을 받아낼 때까지 A군에게 압박할 것을 상상하면 너무 비인간적인 행태”라고 질타했다.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사실상 고아인 12세 초등학생을 상대로 2690만원 규모의 구상권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는 소식에 일파만파 논란이 커지자 한화손해보험은 강성수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성수 한화손해보험 사장은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온 초등학생과 소송 관련 국민 여러분과 당사 계약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소송은 취하했고 미성년 자녀를 대상으로 구상금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해명했다.

한화손해보험 강성수 사장이 뒤늦게 진화에 나섰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해 대다수 국민들은 한화손해보험 뿐 아니라 한화 전계열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 한화손보 가입자들의 탈 한화손보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국내 손해보험업계 순위 5위인 한화손해보험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기업의 자부심은 단순히 매출이나 이익과 같은 숫자만이 아닌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하고 사회 기여와 기업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한화의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길”이라며 기업의 사회공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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