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이보시오. 박 장관…의료진은 마스크 쌓아놔도 됩니다”
[저널리즘] “이보시오. 박 장관…의료진은 마스크 쌓아놔도 됩니다”
  • 송협 선임기자
  • 승인 2020.03.12 2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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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이보시오. 박 장관...의료진 마스크는 쌓아놔도 됩니다
데일리포스트=이보시오. 박 장관...의료진 마스크는 쌓아놔도 됩니다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에 성공한 미군이 독일로 진군하던 중 주요 거점에서 독일군과 전투를 펼친다. 전투 경험은 없으면서 오직 전과(戰果) 욕심만 앞세운 행정장교 출신이 한 중대를 지휘한다. 야전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결국 많은 중대원들을 희생시킨다.

이를 지켜보면 대대 지휘관은 전투 경험이 풍부한 야전군 출신 장교를 중대장으로 내세운다. 패닉 상태의 무능력한 행정장교 출신에게 바통을 이어받은 이 장교는 부하들을 재정비하고 결국 독일군을 빠르게 궤멸시킨다.

지난 2001년 미국 HBO 방송에서 방영한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라는 세계 2차대전 전쟁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이 전투 장면은 세계 2차 대전이라는 거대한 격랑(激浪)에 비춰볼 때 아주 작은 전투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전투가 전하는 메시지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적을 섬멸하기 위한 지휘관의 능력, 그리고 풍부한 전투 경험에서 비롯된 전략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라는 총성 없는 전쟁은 이제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이른바 ‘세계 감염 대전’에 국면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들이 곳곳에서 셀 수 없이 쏟아지고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국민은 장기화된 국면에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코로나19 매서운 적과 싸우기 위해 정부가 사실상 전쟁에 돌입한 셈이다.

물론 이 총성 없는 전쟁의 최전선에 의료진들이 배치됐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만큼 전염병과 치열한 전투를 펼치고 있는 의료진들을 향해 대다수 국민들은 찬사와 경의를 아끼지 않고 있다.

유재석이라는 방송인은 대구 현지에서 감염증과 사투를 펼치고 있는 의료진과 영상을 통해 대화를 나누던 중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그의 눈물은 의료진의 말 한마디였다. “나는 괜찮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붉게 충혈되면서 뺨을 타고 흐르는 유재석의 눈물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 역시 그랬으니까 말이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코로나19라는 적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의료진들은 말 그대로 국민 생명을 위한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방역의 최전선에서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적과 대치하고 있는 의료진의 사기를 꺾는 이도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대한민국 보건복지의 수장인 박능후 장관이다. 박 장관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료현장의 마스크 부족 현상에 대해 “본인(의료진)들이 좀 넉넉하게 재고를 쌓아두고 싶은 심정에서 부족하다고 말한다.”며 의료진들을 타박했다.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의료진들의 최고 수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자체가 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나선 정부, 특히 보건복지부를 지켜본 의학 전문가는 언젠가 기자에게 보건복지부의 독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

현재 행정법을 공부한 행정가 출신의 보건복지부 수장이 아닌 최고의 의학적 지식과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 또는 의사에 준하는 전문가 출신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무엇보다 보건부 확립이 시급하다고 말이다.

앞서 언급한 행정장교 출신이 오직 성과만 앞세우다 애꿎은 부하들을 희생시키는 대목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의료진들의 마스크 부족 타령은 켜켜이 쌓아 놓기 위해서라는 박능후 장관의 이력을 살펴봤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다. 사회복지학과는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 방법을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한 교육이다.

감염병 세계 유행을 의미하는 ‘펜데믹(pandemic)’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학 전문가가 아닌 사회문제 해결 방법을 연구하는 이른바 행정가다. 때문에 의료진들의 애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겠다.

부하들을 사지(死地)에 몰아넣고도 지원에는 인색한 박 장관을 겨냥해 한 네티즌은 이렇게 말했다.

“설령 당신의 말이 사실이어도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해서는 안될 말 아닌가? 현장에서 목숨 걸고 분투하는 전체 의료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말이다.

임상경험은 전혀 없으면서 오직 교과서적인 이론과 아집에 사로잡힌 박능후 장관, 그는 느낄 수 있을까? 손 때묻은 마스크 너머 “나는 괜찮다”고 오히려 위로를 전한 의료진의 말 한마디에 울컥 눈물을 토해낸 방송인 유재석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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