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신 ‘죄송’…그간 행보 일정 헷갈려 女 수행원 도움받아
명단 누락설 직접 나서자…간부 신자들이 질의응답 중단

데일리포스트=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기자회견
데일리포스트=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기자회견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이 사람은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이곳(가평 평화의 궁전)에는 27일(지난달)에 왔습니다. (곁에 있던 女 신도가 17일에 왔다고 하세요) 아…아니 17일(지난달)에 왔습니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2일 기자회견 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일 국내 신종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4335명이며 사망자도 26명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종교집단 신천지 대구 신자로부터 연관된 대구지역 확진자 수는 3081명으로 연일 상승곡선을 그렸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감염증 확진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수그러들고 있던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의 불을 피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종교집단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코로나19 확진 여파가 신천지를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은 자신의 별장이기도 한 가평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신천지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평 평화의 궁전 정문을 뒤로한 채 기자들 앞에 앉은 마스크 착용의 이만희 총회장의 모습은 그동안 영생불멸을 강조하고 자신을 신(神)과 견줄만한 성령의 신비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말 그대로 ‘신천지 총회장’ 타이틀만 빼면 영락없는 구순(九旬)의 초라한 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신이 작성한 해명의 글을 읽어 내려가는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어눌한 발음과 숱없는 눈썹 아래 눈빛은 총기를 잃었고 얼굴 곳곳에 저승꽃(검버섯)이 선명한 고령의 노인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카메라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힘겹게 의자에 내려앉은 이만희 총회장은 제일 먼저 참석한 기자들을 향해 “갑자기 장소가 변경돼 죄송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31번 코로나 사건관 관련해 신자들의 대표로써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드린다.”면서 “고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 다시 한번 사죄를 구한다.”며 책상 옆으로 나와 큰절을 올렸다.

데일리포스트=기자들이 웅성거리자 '조용히 하라'며 버력 소리지르는 이만희 총회장

이 총회장은 또 “신천지 대부분의 코로나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 당국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저희도 적극적으로 인적과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정말 면목이 없고 정부에게도 엎드려 사죄 드린다.”고 말하며 엎드려 큰절을 했다.

그는 “앞으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저희가 잘못된 것도 잘 알고 있다.”며 “교회의 지도자는 부모와 같고 성도들은 자식과 같은 만큼 죽을 수 있는 무서운 병이 돌고 있는데 어떤 부모가 그냥 보고 있을 것이며 고치고자 노력하지 않겠냐?”면서 앞서 코로나19 관련 신천지 교회 입장문을 통해 발표했던 정부가 요청한 신도 명단 등 협조에 나서고 있음을 강조했다.

“코로나19 관련 질문만 하세요”…불리한 질문·답변 ‘외면’

신천지를 경험하다 탈퇴한 신천지 피해자 단체 등에 따르면 이만희 총회장은 평소 자신의 영생을 부정하고 있음에도 영생불사(永生不死·죽지 않고 영원한 삶)의 존재라고 신도들에게 주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아담의 범죄 이후 모든 인간이 사망하고 있으며 성서에서도 “인간이 죽는 것은 하느님께서 정하신 것”이라는 말씀이 있지만 이만희 총 회장은 요한복음 11장25절~26절의 구절을 강조하며 육체 영생불사를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본인(이만희 총회장)이 정말 ‘영생불사’라고 생각하느냐?”고 참석 기자의 질문에 “귀가 어두워 잘못 들었다.”고 말을 흐렸고 대신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간부 신자가 취재진을 향해 “오늘 기자들에게 부탁이 있는데 질문할 때 코로나19 관련 질문만 받겠다. 그 외 종교적인 질문은 받지 않겠다.”며 황급히 선을 그엇다.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으니 이 총회장이 평소 강조했던 ‘영생불사’ 진위 여부에 대해 입을 닫고 입맛에 맞는 질문에만 답을 주겠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이날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장면은 90세를 바라보는 고령의 이 총회장 자신이 대구 신천지 확진 논란이 거세지고 있던 지난달 별장이기도 한 가평 평화의 궁전 방문 시기를 놓고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자 곁에서 질의문 도움에 나선 여자 신도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고령의 이 총회장이 “귀가 어두워 질문을 전달한 여자 수행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곁에 앉힌 이 여자 신도는 기자들이 질문을 하면 이 총회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 기자의 “이곳(가평 평화의 궁전)에 언제 왔고 얼마나 머물렀냐?”고 질문을 하자 이 총회장은 “본인은 한 군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곳 저곳에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지난달 27일에 왔다,”고 답하자 곁에 있던 여 수행원이 이 총회장의 귀에 가까이 대고 “17일이라고 하세요.”라고 정정시켰다.

이 총회장은 “아…27일이 아니고 17일”이라며 머뭇거리자 이 여성은 또 “움직이지 않고 여기(평화의 궁전)에 있었다고 하세요.”고 재차 정정시켰다.

이 총회장은 코로나19 관련 신천지 신자들의 명단이 누락됐다는 지적에 대해 직접 해명에 나서려 했지만 사회자가 이 총회장을 향해 “총회장님 이제 답변은 됐다. 질의응답은 여기서 마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 총회장이 직접 신자 명단 누락 오해에 대해 해명하기 위한 상황에서 질의응답을 종료시킨 사회자와 간부 신자들을 향해 기자들이 항의하자 순간 장내는 시끄러워졌다.

이때 발길을 옮기려던 이 총회장이 의자에 다시 앉아 “조용히 합시다. 조용. 우리는 다 성인입니다. 이렇게 질서가 없으면 난장판이 돼서 안된다.”고 목청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지켜본 대다수 네티즌들은 이번 기자회견이 이 총회장의 의지와 상관없이 젊은 간부 신자들의 의도로 흘러가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네티즌은 “솔직히 이만희(총회장)는 심신이 불안정한 상태에서도 해명에 나서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여자 수행원과 사회자 등이 이를 가로막은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며 “이만희도 결국 상징적일 뿐 그저 힘없는 노인의 모습을 본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네티즌도 “결국 자신들도 억울한 피해자고 경기도와 질병관리본부의 계산 착오로 몰고가는 느낌, 그리고 이만희는 그저 허울뿐인 그림자, 이만희가 오늘 기자회견의 핵심인데 원론적인 해명 외에 나머지는 간부 같은 신자들이 다 해X먹고 있음”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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