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진보 진영의 새판짜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재야 진보진영 인사 100여명이 24일 ‘진보적 대중정치 복원'을 표방하며 정치세력화에 나섰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일부 세력까지 포괄하는 진보정당 추진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야권 재편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특히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이 탈당 후 신당 건설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 야권에 상당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건설을 촉구하는 국민모임(국민모임)'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당적, 계파와 소속을 넘어 연대, 단결해 평화생태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새롭고 제대로 된 정치세력의 건설에 함께 앞장서자”고 촉구했다. 국민모임은 105명이 서명한 선언문을 통해 “대다수 노동자가 정리해고와 고용불안으로 생존위기에 몰리고 불평등은 심화하는데 정권은 오히려 사회안전망과 복지시스템을 파탄내는 등 대한민국이 총체적 위기상황에 빠져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진보적 대중정치를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언에는 김세균 전 서울대 교수 등 학계 32명, 명진 스님 등 종교계 22명, 정지영 영화감독 등 문화예술계 20명 등 모두 10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기존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진보 정치 복원을 위해선 새로운 정치세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 향후 새 정당 추진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모임의 대변인 격인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은 기자회견 직후 “어떤 로드맵으로 새 정치세력을 출현시키고 정권교체를 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내년 1~2월 동안 서울을 시작으로 8개 도시에서 대국민토론회를 열어 가치와 노선에 대해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민모임의 한 핵심 인사는 “대국민토론회를 진행하면서 다른 트랙으로는 신당 창당을 준비할 것”이라며 “아직 구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도 함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동영 고문은 사실상 탈당 후 신당 행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민모임에 참여하는 몇 분으로부터 ‘함께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이 분들의 선언이 시대적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해 진지하게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고문은 “이번 주말에 주변 분들과 논의해 결론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모임은 다만 통합진보당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내부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모임의 한 인사는 “통진당이 자유롭게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고 보지만, 통진당 노선에 찬성하지 않기 때문에 그 쪽과는 잘 정리해야 한다”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국민모임 공동대표단 8명 중 6명이‘통합진보당 해산에 반대하는 원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원탁회의는 통진당과의 공동 투쟁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다 ‘통진당 재건' 논의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공동대표단 8명 중 원탁회의에 참여하는 함세웅 신부, 김중배 전 MBC 사장, 김상근 목사가 이날 선언문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내부 이견이 반영된 탓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진보정당 추진 과정에서도 통진당과의 관계 설정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