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우주 여행 침팬지부터 피자, 자동차까지~

데일리포스트=우주비행사들이 먹을 식품 등이 실린 우주 화물선 '시그너스 캡슐(Cygnus Capsule)' 발사 모습
데일리포스트=우주비행사들이 먹을 식품 등이 실린 우주 화물선 '시그너스 캡슐(Cygnus Capsule)' 발사 모습

[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우주비행사들이 먹을 식품 등이 실린 우주 화물선 '시그너스 캡슐(Cygnus Capsule)'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미국우주항공국(NASA) 화물시설에서 발사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 화물선에는 국제우주정거장에 머무는 우주비행사 3명이 요청한 체다치즈, 신선한 과일과 야채, 초콜렛, 3종류의 젤리 등이 실렸다.

인간이 우주를 탐험하기 위해 설립한 국제우주정거장에는 우주과학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실험 장비는 물론 우주비행사들의 생존과 직결된 식품 등의 보급품이 전달되어 왔다. 우주로 쏘아진 물건 중에는 새롭고 예상치 못한 특이한 것들도 포함돼 있다.

인간보다 먼저 우주 탐험한 지구의 '생명체'

데일리포스트=우주실험을 수행한 수컷 침팬지 '햄'
데일리포스트=우주실험을 수행한 수컷 침팬지 '햄'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보다 앞서 수많은 동물들이 지구 궤도에 올려졌다.

현재는 동물이 우주 실험에 이용되진 않지만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초기 우주실험에는 인간 대신 많은 동물들이 실험 대상으로 동원됐다.

우주에 처음으로 보내진 동물은 러시아 우주견 '라이카(Laika)'다.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인 1957년 11월 3일에 쏘아올린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는 길거리에서 생포돼 훈련을 마친 최초의 우주견 라이카가 타고 있었다. 라이카는 우주 공간에서 생명체의 반응을 실험하기 위해 이용됐지만, 불행히도 발사 뒤 수 시간 후 온도조정 시스템 오작동으로 추정되는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와 과열로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1961년 6월에는 수컷 침팬지 '햄(Ham)'이 우주로 날라 갔다. 햄은 7분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고 빛의 색깔에 따라 손잡이를 당기는 과학 실험을 수행한 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이 외에도 쥐, 고양이, 거북이, 심지어 박테리아 등이 우주로 보내졌다.

외계인과의 소통을 위한 '음반'

"만약 외계인이 말을 걸어온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이 같은 질문을 고민했던 NASA는 외계의 지적 생명체와 조우할 경우를 대비해 1977년 보이저 1,2호에 각각 '보이저 골든 레코드(Voyager Golden Record)'라는 축음기 음반을 탑재했다. 지름 30cm 크기의 이 음반에는 그림, 파도, 바람, 천둥, 동물 등 115개의 '지구의 소리'를 담은 음향, 90분가량의 클래식 음악, 인류 문명을 보여주는 사진, 그리고 한국의 '안녕하세요' 등 전세계 55개 언어로 된 인사말 등이 담겼다.

우주라는 망망대해에 지구의 메시지를 보내자고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미국의 유명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이었다. 그는 "성간 우주에 진보된 문명이 있다면 골든 레코드의 소리가 재생될 것"이라며 "빈 병 하나를 우주의 바다에 실어 보내는 것은 지구에 사는 인류에게 뭔가 희망적인 일이다"라고 언급했다.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피자'

2001년 국제우주정거장에 피자 한 판이 배달됐다.

러시아 항공우주국이 발사한 우주선에는 미국 패스트푸드업체 피자헛의 피자 한 판이 실렸다. 통상 30분 안에 배달되는 피자는 우주정거장까지 약 이틀의 시간이 걸렸고, 배달비는 무려 1백만달러, 약 13억원이 소요됐다.

피자헛은 당시 피자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 피자보다 소금과 양념을 많이 넣었으며 부패하기 쉬운 페페로니 소시지 대신 소금기가 많고 수분이 적은 살라미 소시지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우주인 유리 우사초프는 주의 무중력 상태에서 공중에 떠있는 피자를 맛본 후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그는 우주공간에서 피자를 먹은 첫 인간이 됐다.

우주 장례식

1997년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회사 '오비털 사이언스'는 23명의 유해가 실린 '페가수스 로켓'을 발사했다. 화장한 유골을 지구의 땅이나 강이 아닌 우주에 뿌리는 '우주장례식'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다.

이때 영화 시리즈 '스타트렉'의 제작자 진 로든버리, 미국 작가 티모시 리어리, 물리학자 제러드 오닐 등의 유해도 포함돼 화제가 됐다. 이 로켓은 2002년 지구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하면서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

1940년 태양계의 '제3구역'인 명왕성을 최초로 발견한 미국인 클라이드 톰보의 유해가 담긴 5cm 알루미늄 캡슐도 NASA의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에 실려 우주로 보내진 바 있다.

인간도 하기 힘든 우주여행을 떠난 '레고 인형'

레고 인형이 사람도 하지 못한 우주여행의 호사를 누렸다.

2011년 8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힘차게 날아오른 목성탐사선 '주노(Juno)'에는 레고 인형 3개가 있었다. 로마신화 속 주피터(Jupiter), 그의 아내 주노(Juno), 그리고 인류 최초로 목성을 발견한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의 이름을 가진 레고 인형.

3개의 인형은 각각의 임무에 맞게 디자인됐다. 주피터는 그의 상징인 번개를 들고 있고, 아내 주노는 바람기 있는 남편 주피터가 바람을 피울 때 구름으로 자신을 가리기 때문에 자세히 보기 위해 돋보기를 들고 있다. 가스층으로 덮여있는 목성을 탐사한다는 뜻도 있었다. 갈릴레오는 최초로 목성을 발견한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가 사용했던 망원경을 들고 있었다.

당시 주노의 수석연구원이었던 스코트 볼튼 박사는 "탐사선에 인형을 실은 것은 어린이들에게 우주와 과학에 대한 관심과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중 목성을 상징하는 대상을 인형으로 만들어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를 날아다니는 '자동차'

미국 전지자동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아끼던 컨버터블 세단을 화성 궤도까지 날려 보내 영원히 지구를 바라보며 선회하도록 하겠다는 기발한 발상을 내놨다.

그는 2018년 2월 자신이 직접 몰던 테슬라 스포츠카 '로드스터(Roadster)'를 실은 스페이스X의 로켓 '팔콘 헤비(Falcon Heavy)'를 발사하며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로드스터 안에는 사람 대신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이 "당황하지 마(Don't panic)"이라고 적힌 운전석에 앉았다.

로드스터는 지금도 초속 33.5km라는 매우 빠른 속도로 타원을 그리며 궤도를 돌고 있다. 쏘아 올린 지 557일 만에 태양 중심 궤도를 한 바퀴 돈 로드스터는 올해 11월쯤이면 지구와 약 51,981,811km 떨어진 위치에서 비행한다. 2047년이 돼야 다시 지구와 근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 수천만년이 지나면 로드스터는 금성이나 지구에 추락할 것이라고 외신은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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