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모녀 “조현아 전 부사장 외부세력 연대 안타까워”

데일리포스트=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새로운 국면
데일리포스트=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새로운 국면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고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합니다.” (이명희 고문·조현민 전무)

“내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회사의 경영과 집안 대소사는 가족들이 화합을 통해 이뤄나갈 것”을 당부했던 故 조양호 회장의 유훈(遺訓)과 달리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막내 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4일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전했다.

이명희 고문 모녀는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아들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조 회장 타계 이후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커지면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최근 동생 조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정면 승부를 위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 등을 끌어들이며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선언에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의 이 같은 협공전략은 삼국시대 당시 백제를 공략하기 위해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맞잡은 이른바 ‘나당(羅唐) 연합’의 오버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반도건설과 사실상 협력을 구축하면서 지분은 31.98%를 확보한 만큼 조 회장을 겨냥한 쿠데타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KCGI와 반도건설과 손을 잡더라도 조원태 회장이 우호적 주주인 델타항공과 캐스팅보트로 작용될 수 있는 모친 이명희 고문, 그리고 막내 조현민 전무가 누구의 손을 잡아줄 것이냐가 최대 관건이었다.

이를 두고 업계 전반에서는 다양한 관측들이 쏟아졌다. 오너리스크가 팽배한 한진그룹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총수 일가를 배제한 외부 주주들 사이에서 전문 경영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중 선택을 통해 경영을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실제로 지난달 조 전 부사장과 동맹을 구축했던 KCGI와 반도건설 등은 본격적으로 조 회장에 반기를 들고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그룹의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 경영진에 의해 그룹의 불안전성이 개선될 수 없다.”면서 조 전 부사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승산은 조 회장보다 조 전 부사장으로 기울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던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가 최종적으로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남매간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KCGI와 반도건설간 연합전선을 구축한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은 총 31.98%이며 델타항공과 모친 이명희 고문, 그리고 막내 조현민 전무의 지분을 확보한 조 회장의 지분은 33.45%로 이제 ‘남매의 경영권 전쟁’은 지분 1% 싸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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