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국제결제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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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의 파괴적 위기를 뜻하는 '그린스완(Green Swan, 녹색백조)'이 가까워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 보고서 中)

기후변화가 예기치 못한 시점에 경제에 거대한 충격을 주고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협력을 돕는 국제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가 지난 20일 발표한 '그린스완: 기후변화 시대의 중앙은행과 금융안정성(The green swan: central banking and financial stability in the age of climate change)' 제목의 보고서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세계가 직면한 기후변화의 위기를 '그린스완'이라고 정의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언했던 나심 탈레브 미국 월가 투자전문가의 저서 '검은 백조(The Black Swan)'에서 인용했다.

검은 색깔 백조의 존재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 실제로 존재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극심한 충격을 동반하는 위험을 의미하는 블랙스완과는 달리, 그린스완은 '나타날 것이 확실시 되지만,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불가능하고 발생 시 인류에 실제적인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뜻한다.

기후변화...물가상승과 노동생산 저하로 '금융위기' 촉매

보고서는 "극심한 기후와 자연 재해는 단기간의 식료품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다"며 농산물과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을 우려했다.

이러한 물가 상승은 경제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기온이 지나치게 더워지거나 추워지면 바깥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노동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 충격은 기존의 통계를 활용해 분석하는 방식이 무의미할 정도로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식료품 가격의 급등은 결국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보고서는 "기후 위기가 생산성과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경우, 장기적인 실질 이자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미지 출처 / 기후행동추적
이미지 출처 / 기후행동추적

특히 지금까지 많은 국가들이 기후문제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해 기존에 부과하고 있는 탄소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이 지난해 기준 이산화탄소 1톤당 평균 2달러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탄소세는 산업과 가정의 에너지소비구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으며, 세금을 급격하게 올리면 경제시스템이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존의 위기관리 방식으로 기후문제에 접근한다면 향후 우리가 직면할 위험요인들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기후위기 해결책은 전통 방식 버리고 과감한 변화가 해답

지난 2015년 세계 195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이번 세기말인 2100년까지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1.5도 선을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영국의 기후변화연구기관 '기후행동추적'(CAT)이 지난 26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의 기온 상승폭이 1.5도 이내여야 하는데 2018년 기준으로 벌써 1도가 오른 상태다.

또 기존의 기후 정책을 유지한다면 2100년이 되면 지구 기온이 3도 상승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BIS 보고서 서문에서 "지금과 같은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좀 더 전체론적인(more holistic)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는 게 냉엄한 현실"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고민해볼 수 있는 두 가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모든 경제모델과 예측모델을 설정할 때 반드시 기후변화 문제를 고려해 넣는 것과 기후 관련 위험요인들에 대한 평가 체제를 재점검하는 것.

다시 말해, 기후문제의 해결책은 기존의 정책 설정 및 평가 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체제를 확립하는 과감한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위기가 통제 불능의, 예측 불가능한 ‘그린스완’을 초래하기 전에, 각국 정부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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