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美 코넬대 연구팀 제공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미 코넬대 연구팀 제공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포유류는 피부 땀샘에서 땀을 분비하고, 땀 증발시 기화열에 의한 냉각효과로 체온을 적절히 유지한다. 이러한 땀의 기능을 탑재해 과열을 방지하는 소프트 로봇 손이 등장해 주목된다.

생물과 마찬가지로 로봇 역시 과열로 인해 성능이 저하될 수 있어, 효율적 냉각 시스템 개발은 로봇 성능 향상에 매우 중요한 분야다. 금속 로봇은 금속 자체가 우수한 도체이기 때문에 열 분산이 쉽다. 그러나 의료 처치 및 신선 식품 포장 등 섬세한 작업에 주로 사용되는 소프트 로봇은 대부분 절연체인 고무 소재이기 때문에 냉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열이 내부에 쌓일 경우 과열 문제로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 美코넬대, 온도 높아지면 땀 흘려 스스로 열 식히는 로봇 손 개발

미국 코넬대 연구팀이 마치 인간처럼 땀으로 온도를 조절하는 로봇 손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게재됐다.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연구팀의 토마스 월린(Thomas Wallin) 박사는 "생물학은 우리에게 훌륭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발한 능력은 인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라며 "인간이 가장 발 빠른 육상 동물이 아님에도 육식동물로 성공한 것은 적당히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고, 장시간 먹이를 쫓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로봇이나 컴퓨터 냉각시스템 가운데 기계 내부에 폐쇄식 튜브 등을 통해 액체를 순환시키는 연구는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연구팀은 과열 문제를 해결하는 ‘자연적 해결책’을 선택했다.

개발된 로봇 손 내부는 물로 채워져 있고, 열에 반응하는 미세한 플라스틱 구멍과 연결되어 있다. 평소에는 구멍이 닫혀 있지만 구멍을 구성하는 플라스틱이 특정 온도(섭씨 40도)에 도달하면 사람의 땀구멍처럼 구멍이 팽창하면서 표면에서 물이 흘러나온다. 땀 배출 후 표면이 미끄러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연구팀은 사람 손가락처럼 주름을 제작했으며, 배출되는 물에 화학 물질을 첨가해 오염물 제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로봇이 땀을 흘리는 모습은 아래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냉각 효과는? “기존 로봇손 대비 6배·사람 대비 3배”

연구팀이 개발한 로봇 손은 하이드로젤 성분의 액추에이터를 3D 프린터로 제작한 것으로, 다섯 손가락으로 구성돼 있다. 땀 배출 기능으로 사람이 잡지 못하는 뜨거운 물체도 잡을 수 있다.

구부려진 손가락 끝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내부의 물은 유압 작동유와 같은 동력원 역할도 담당한다. 손가락은 수분 50%를 함유한 하이드로젤이며, 바깥층은 단단하고 안쪽은 더 유연하게 제작됐다.

ⓒ 미 코넬대 연구팀 

손가락 표면은 냉각효과를 높이기 위해 표면적을 크게 제작했으며, 팬(fan) 바람이 있는 환경에서 땀을 흘리지 않는 로봇 손 대비 600%의 냉각 효율을 달성했다. 이는 포유류 중에서도 땀에 의한 냉각 효율이 높은 사람이나 말과 비교해도 3배 이상이다.

월린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열 제어 성능이 소재 자체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로봇 손의 땀 제어를 위해 별도의 센서나 기타 부품은 필요하지 않다"며 "추가 실험을 통해 로봇 손에서 흘러나온 땀으로 쥐고 있는 물체 자체를 냉각하는 효과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 미 코넬대 연구팀

그러나 땀으로 배출할 물을 정기적으로 보충해야한다는 점과 물의 윤활작용으로 로봇 손의 마찰이 감소해 물체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가장 잘 작동하는 온도 범위를 모델링하고 손가락 그립 추가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브리스틀 로보틱스 연구소의 소프트로봇 분야 책임자인 조나단 로시터(Jonathan Rossiter) 박사는 "로봇이 자연적으로 자동 냉각될 수 있다면 훨씬 광범위한 환경에서 보다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사하라의 열기와 남극의 극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미래의 로봇공학 역시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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