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5억 이상 횡령하면 ‘사형’…韓 준법감시실 설치하면 ‘감형’

데일리포스트=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솜방망이 처벌 / DB 재구성
데일리포스트=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솜방망이 처벌 / DB 재구성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부영그룹은 횡령과 배임 등 범행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18년 5월 준법감시실을 신설하고 독자적으로 준법경영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부)

절대 지분을 확보하면서 사실상 개인화하고 있는 회삿돈 270억원을 횡령하고 1450억원 상당의 주식을 본인 명의로 전환해 개인 세금을 납부하는 등 횡령액만 무려 4300억원에 달하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에게 법원이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22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등)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볍률위반(횡령)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한 1심과 낮은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회장이 과거 같은 범죄로 구속돼 처벌받은 전력이 있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면서도 타인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피해액 변제와 재산피해가 회복됐다는 점을 감형의 변으로 강조했다.

‘준법감시실’... 4300억 원 규모의 막대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이중근 회장의 형량이 1심과 달리 감형된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장이 저지른 사건과 같은 범행을 방지하겠다며 지난 2018년 부영그룹이 자체 신설한 ‘준법감시실’의 효과가 컸다.

이 회장은 4300억원 규모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그리고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에 달하는 혐의로 지난 2018년 2월 구속됐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2018년 5월 부영그룹은 난데없이 기업 내 부정과 비리 등 범죄행위를 방지하고 준법경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를 앞세워 ‘준법감시실’을 신설했다. 이 회장 구속수감 3개월 만에 말이다. 부영그룹의 발 빠른 행보가 결국 감형 판결의 촉매제가 됐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지난해 마약 사건에 연루된 재벌 자녀들은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마약 사건에 연루된 재벌 자녀들은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부영그룹의 실제 1인 주주이며 최대 주주인 동시에 기업의 회장으로 자신의 절대적인 권리를 악용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것도 부족해 서민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를 부풀려 서민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흔을 제공했지만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 이 회장의 판결에 부영그룹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 회장이 2심 재판에서 감형된 것을 지켜본 부영연대는 “2심 징역 2년 6개월은 검찰의 징역 12년 구형과 1심 5년과 비교할 때 턱없이 부족한 형량”이라며 검찰은 법원이 무죄로 인정한 임대주택 위반 혐의를 다시 기소하고 형량 축소에 대해 즉각 상고해야 한다.“고 법원을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네티즌들 역시 수천 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서민 임대아파트 분양전환가를 부풀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송두리째 깨버리고도 감형을 받은 이 회장과 재판부를 성토했다.

아이디 AOOO은 ”4000억원을 횡령했는데 고작 2년 6개월? 정말 말도 안되는 판결이다. 판사는 법전도 읽지 않고 판결하느냐? 50억 원 이상 횡령이면 특가법 기본형량이 5년 이상이며 벌금도 50억원에 준한다. 국민들이 귀머거리고 장님인 줄 아나?“며 일갈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준법감시실 설치하면 수천억 원 횡령해도 처벌이 가볍구나? 부영그룹과 이중근 회장이라는 OO이, 돈은 무주택 서민들에게서 뜯어내 벌어서 세금탈루 위해 학교에 교재나 교구 후원하며 선행과 미담으로 포장해 의로운 사람인 척 행세하는 모습이 참 가증스럽다.“고 직설했다.

4000억 원이 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만 12개에 달하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처벌 수위는 말 그대로 솜방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 정부가 '반부패와 전쟁'을 선포하고 재벌 범죄자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반부패와 전쟁'을 선포하고 재벌 범죄자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재벌과 정치인 등 특권층의 범죄에 대한 국내 사법부의 판결은 유연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멀리 되돌아 볼 것도 없이 지난해 유력 인사들의 자녀들이 마약 밀반입과 흡입혐의 등으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지만 사법부는 집행유예 등 가벼운 처벌로 마무리 지었다. 이번 이중근 회장의 특경법 위반 등 12개 혐의에 달하는 범죄는 사회적 지위를 감안할 때 5년 이상의 중형이 마땅하다는 게 여론의 중론이다.

국내 사법부의 판결은 특권 계층이 사회적, 또는 국가적으로 공분을 불러 일으킬 만큼 죄를 지을 경우 최대 사형 등 무거운 형벌이 우선되는 중국의 법과 비교할 때 상당히 대조적인 관행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중국 사법당국이 300만 위안(한화 5억원) 이상 뇌물수수나 횡령을 저지를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뇌물 횡령사건 법률적용문제에 대한 해석’을 통해 강력한 법 집행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중국 국유 식품기업 ‘광밍(光明)식품’ 왕쭝난(王宗南) 전 회장의 경우 공금횡령과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돼 유기징역 18년을 선고 받았다.

왕 전 회장은 833만 위안(한화 15억 3000만원)의 뇌물수수와 회삿돈 총 1억 9500만 위안(한화 328억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다.

한 대형 로펌 기업범죄 전담 변호사는 ”국내 기업 총수들의 횡령과 배임 등 사회적 논란이 될 만한 범죄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특권층 범죄에 대해 지극히 관대한 사법부의 책임도 부인할 수 없다.“면서 ”특권층의 처벌이 가벼운 또 다른 이유는 재벌과 사법부의 끈끈한 카르텔도 작용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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