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포스트=최율리아나 기자] 의료 및 간호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을 '건강기대수명(Healthy Life Expectancy, HLE)'이라고 한다. 상위층과 하위층 간 건강 불평등 현상은 기존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총 2만 5000명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 데이터 분석 결과, 빈부격차에 따라 건강기대수명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수치로 확인됐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노인학저널(The Journals of Gerontology)'에 게재됐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파올라 자니노토(Paola Zaninotto) 교수 연구팀은 50세 이상 영국인 1만 754명과 미국인 1만 4803명의 데이터에서 건강기대수명과 사회·경제적 요인이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는지 조사했다. 대상은 ▲인종▲사회적 지위▲경제상황▲교육수준▲장애유무에 따라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 간 비교가 이루어졌다.
아래가 사회적 지위로 나눈 그룹의 향후 건강기대수명을 비교한 차트다. 위가 남성이고 아래가 여성이며, 검은색은 영국, 흰색은 미국 데이터다. 세로축이 건강기대수명, 가로축은 왼쪽부터 연령대별로 50대·60대·70대·80대이며, 각 연령대별로 사회적 지위를 상중하 3단계로 분류했다. 남성과 여성, 영국과 미국, 그리고 전 연령 모두 지위가 높을수록 건강기대수명이 긴 것으로 나타났으며, 사회적 지위가 높은 그룹이 낮은 그룹에 비해 수명이 5~6년 정도 긴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데이터는 경제 상황으로 나눈 그룹이다. 사회적 지위보다 건강기대수명의 격차가 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부유층은 빈공층 대비 건강기대수명이 약 9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건강기대수명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영국과 미국 전 연령층에서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2018년에 보고된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평균 10년 가까이 수명이 길다'는 기존 조사결과와 거의 동일한 것이다. 2016년 연구에서도 부유층이 빈곤층보다 수명이 10년~15년 길다는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자니노토 교수는 "건강기대수명의 질과 길이의 개선은 노인건강·소득·장기간병과 취업 등에 대한 공공지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결과는 영국과 미국 정부가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