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거목…‘찬양 일색’ 언론에 뿔난 네티즌

데일리포스트=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타계
데일리포스트=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타계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껌’ 하나로 국내 재계 5위의 기업을 키워낸 불세출(不世出)의 인물, 롯데그룹 창업주 故 신격호 명예회장이다.

삼성그룹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과 현대그룹 창업주 故 정주영 회장, 그리고 LG 창업주 故 구인회 회장과 더불어 대한민국 창업 1세대 신화로 기억되고 있는 신 명예회장은 언론과 경제단체의 주장처럼 ‘기업 보국 정신’의 산실임에 분명하다.

일본 재계는 물론 국내 재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펼쳤던 故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거대한 기업의 총수였던 그는 100세를 마주하고 있던 말년, 자식들의 경영권 다툼과 총수 일가 경영비리, 그리고 정체성이 불분명한 국적 논란의 파고(波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치매라는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상황에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재판을 받고 수많은 취재진에 둘러쌓여 곤욕을 치러야 했던 구순(九旬)의 노인은 몸도 마음도 철저히 부서졌다.

한국전쟁 이후 빈곤에 시달리던 암울했던 고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지만 그의 사후 평가는 그다지 녹록하다고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신 명예회장 생전 집요하다 싶을 만큼 그를 괴롭혔던 언론이 하루아침에 얼굴색을 바꾸고 온갖 ‘미사여구’를 토해내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니 차라리 어둡고 무겁다고 할 만큼 냉소적인 반응 일색이다. 물론 신 명예회장과 그가 일궈낸 롯데를 비난하는 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 성공한 기술과 자본을 바탕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앞장선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아 마땅하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더러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삼성과 엘지, 현대, 그리고 롯데가 대한민국의 경제부국의 초석임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인정한다.”면서 “일본에서 번 자금을 통해 고도성장기 대한민국에 투자하고 한국 경제를 부강하게 성장시킨 입지전적 인물인 것은 자명하다.”며 애도의 마음을 남겼다.

반면 한·일 관계의 특수성 영향일 수 있겠지만 일본 국적의 색채 가득한 ‘롯데’라는 브랜드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신 명예회장을 향한 ‘애도’와 ‘조롱’은 어쩌면 ‘민족주의’ 관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한 네티즌은 신 명예회장의 그간의 업적을 기리는 기사 등에 “신격호를 신격화하지 말 것”이라며 “롯데는 친일 기업이며 고인은 진정한 토착 왜구인데 어째서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하냐?”며 ‘기레기’라는 표현과 함께 직설했다.

“신격호는 친일 기업 수장” “신격호를 신격화하지 말라”는 앞서 언급한 네티즌의 댓글처럼 어쩌면 신 명예회장 사후 네티즌들의 이 거친 반응을 부채질한 원인은 일관성 없이 흔들리는 ‘언론’의 호들갑은 아닌지 모르겠다.

과거 신 명예회장과 그의 가족, 그리고 그의 기업인 롯데의 치부를 속속들이 찾아내 기사화하는 것은 물론 치매로 심신이 정상적이지 않은 휠체어의 몸을 의지한 신 명예회장의 발끝까지 촬영하며 코멘트 하나라고 끄집어내려 했던 집요한 언론이 이제 ‘찬양’과 ‘용비어천가’에 가까운 제목의 기사를 뽑아내고 있다.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한 언론의 이중적 행태에 분노가 신 명예회장에게 고스란히 표출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토록 조롱을 받는 이가 또 있을까? 미안하지만 진리는 정오에 빛과 같이 드러나며 콩을 심으면 콩이 나오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오는 것처럼 사후 평가는 결국 뿌리는 대로 거두는 것”이라는 한 네티즌의 글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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