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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는 질소(N), 인산(P), 칼륨(K)의 세 가지가 주를 이룬다. 

이 가운데 인산은 인광석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인광석은 한정된 매장량으로 인해 공급부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현재 인광석은 몇몇 국가에 편중돼 생산되며 우리나라 역시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광석 매장량 현황 ⓒ 미국 지질조사국(USGS)

시드니 공과대 페데리코 볼핀(Federico Volpin) 박사가 호주 매체 ‘더컨버세이션’에 "이러한 인산 확보를 위해 인간의 소변에서 비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서둘러 확립해야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인(Phosphorus)은 유전자 운반체인 ‘DNA(deoxyribonucleic acid)’와 생물 에너지대사에 필수적 역할을 하는 '아데노신 3인산(Adenosine Triphosphate:ATP)'의 구성 원소이며,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도 필수적인 물질이다.

인에 산소분자가 결합한 것이 인산염으로 인산 비료(phosphatic fertilizer)의 원료로 사용된다.  

ⓒ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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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산염은 산업혁명 이후 광석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질소 비료와 함께 20세기에 수요가 급증했다. 1961년부터 2014년까지 불과 50여 년간 비료 생산량은 6배 이상 증가했다. 

질소 비료는 독일화학자인 프리츠 하버가 부인인 클라라와 함께 1913년 '하버-보슈법(Haber-Bosch process)'이라는 대량생산 공정 개발에 성공했다. 대기의 약 80%를 차지하는 질소에서 암모니아를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질소 비료는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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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산염 제조는 아직까지 천연 인광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향후 공급 부족 문제가 우려되고 있다.   

인을 처음으로 분리한 사람은 17세기 독일의 상인 헤니그 브란트(Hennig Brand)이다. 30년 전쟁이 끝나고 군을 퇴역한 브란트는 상인으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얻은 부의 대부분을 취미인 연금술에 쏟아 부었다.

'현자의 돌(Philosopher’s stone)'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던 브란트는 수백 리터의 소변을 끓이다 하얗게 빛나는 물질을 추출했다. 브란트가 발견한 물질은 비록 현자의 돌은 아니었지만, 그는 이 물질을 그리스어로 '빛을 가져오는 신비스러운 것'을 의미하는 'phosphoros'에서 이름을 따와 'Phosphorus'라고 불렀다.  

볼핀 박사는 이 에피소드를 설명하며 "우리는 소변을 통해 연간 최대 0.5kg 인을 배설한다. 사람의 소변은 인의 훌륭한 원료"라며 "중요한 것은 저비용 대량생산 기술의 구축이다. 이미 다양한 대학과 기업들이 소변에서 인산 비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학술지 ‘워터 리서치(Water Research)’에 게재된 논문(왼) 오·폐수의 인을 채취해 친환경 비료를 만드는 스타트업 '오스타라 (Ostara)' 홈페이지(오)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교 연구팀은 미생물을 통해 소변에 포함된 화합물을 산화해, 휘발된 암모니아를 보다 안정된 질산염으로 변환하는 한편, 처리한 소변액을 여과해 인과 질소를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비료는 호주 왕립식물원 파슬리 재배에 시험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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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핀 박사는 "이러한 기술이 확립돼 사람 소변에서 인산 비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면, 유한자원인 인광석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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