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주던 바다가 ‘해양산성화(ocean acidification:해수에 이산화탄소가 용해되어 점차 산도가 강화되는 현상)’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 속 이산화탄소 증가는 해양산성화로 이어져 많은 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해양 생태계 전체에 큰 타격을 준다. 

미국해양대기청(NOAA) 연구팀은 해저에 퇴적된 부유성 유공충(planktonic foraminifer) 껍질을 분석해, 캘리포니아 연안 바다가 기존 예상보다 급격히 산성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논문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최신호에 게재됐다. 

네이처 지구과학에 게재된 NOAA 연구팀 논문
ⓒ 네이처 지구과학에 게재된 NOAA 연구팀 논문

산림벌채·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사용·지속적인 이산화탄소 배출 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렇게 늘어난 이산화탄소의 일부는 해양으로 흡수된다. 해양은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4분의 1 이상을 흡수했으며, 지구가 급속히 데워지는 것을 완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양은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인한 해양산성화라는 심각한 문제를 떠안았다.  조개·성게·산호와 같은 해양생물은 탄산칼슘으로 구성된 껍질과 골격을 만들기 위해 바다 속 탄산이온을 이용한다. 그런데 해양산성화로 탄산이온 농도가 낮아지면 탄산칼슘 형성이 어려워져, 결국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진다. 또 해양산성화는 물고기가 포식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등의 동물 행동 변화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최근 해양산성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연구대상으로 주목받은 것은 최근 수십 년으로 모니터링 데이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NOAA 연구팀은 해양산성화 속도를 측정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해저에 퇴적된 부유성 유공충 껍질’을 수집하고 분석했다.  

유공충은 석회질 껍질을 가진 작은 아메바계 원생생물 무리로, 주로 해저에 사는 저생 유공충과 플랑크톤으로 해양 표층 가까이에 서식하는 부유성 유공충으로 나눌 수 있다. 연구팀은 산타바바라 분지 에서 죽은 후 해저로 내려온 부유성 유공충 껍질을 2000개 정도 채취해, 현미경 등으로 껍질 두께를 측정해 연대별로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분석했다.

다음 이미지가 채취한 샘플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것이다.

ⓒ NOAA 연구팀 

모래알처럼 보이는 화려한 입자 대부분이 해저에서 채취된 유공충의 껍질이다. 산호나 조개류와 마찬가지로 유공충 껍질도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다. 

연구팀 측정 결과, 캘리포니아 연안의 해수는 1895년부터 100년간 수소이온 농도(pH)가 무려 0.21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pH 저하는 해양산성화의 진행을 의미한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지난 100년간 pH가 약 0.1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지만, 캘리포니아 해안에서는 예상보다 2배 높은 해양산성화가 진행된 것이다.

ⓒ Unsplash

논문 대표저자인 NOAA 연구원 에밀리 오스본(Emily Osborne)은 유공충의 껍질 두께에는 엘니뇨 등의 기후 변화와 태평양 십년주기 진동(PDO, Pacific decadal oscillation) 등이 기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오스본 연구원은 "산타바바라 분지에는 과거 바다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할 수 있는 적층기록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해양은 그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 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구온난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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