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공대 연구팀, “미세중력 상태서 암세포 80~90% 무력화”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 예정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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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우주 체류는 인체에 생물학적 변화 등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장기간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하면 ▲뼈·근육 쇠약 ▲장기 기능 저하 ▲시력 저하 등 몸의 변화가 발생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우주의 무중력 상태는 노화 억제를 비롯해 많은 잠재적 의료 혜택도 공존한다. 시드니 공과 대학 연구팀은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할 계획이다.

ⓒ 시드니공대(UTS) 신문
ⓒ 시드니공대(UTS) 신문

시드니 공과대학 생물의학공학 강사인 조슈아 추(Joshua Chou)는 2014년부터 우주 공간과 같은 미세 중력 상태(무중력에 가까울 정도로 중력이 낮은 상태)가 인체에 미치는 세포 수준의 의학적 영향에 대해 연구해 왔다.

그는 몇 년 전 친구가 암 진단을 받자, 문득 스티븐 호킹 박사와 대화할 때 "중력을 거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암세포는 중력상태에서는 어떻게 될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 시드니 공대 연구팀
ⓒ 시드니 공대 연구팀 (왼쪽부터 Chelsea Ly, Carin Basirun, Jessica Domingo Joshua Chou)

그는 "암은 본질적으로 세포의 질병"이라고 말한다. 암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어 불능 상태의 암세포가 증식과 분열을 반복해, 신체 조직에 침입하거나 전이되어 치명적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암세포는 복수의 암세포가 모여 고형 종양을 형성해 신체 조직에 침투하는데, 이는 암세포가 어떤 방법으로 서로를 감지해 모여 종양으로 성장하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생물의학자들은 암세포가 서로를 감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계적인 힘에 의한 것이며, 이 시스템은 중력이 있는 상태에서 기능하도록 진화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조슈아 추는 중력의 결여가 암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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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추는 하버드 대학 근무 시절, 골다공증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프로젝트에서는 연구 일부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진행했는데 이 때 그는 암 치료 역시 우주 환경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조슈아 추 연구팀은 이미 연구실에서 암세포에 대한 미세 중력 상태의 영향에 대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티슈상자 크기의 컨테이너에 작은 원심 분리기를 설치한 장치를 제작해, 암세포를 넣고, 인위적인 미세 중력 상태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실험 결과 미세 중력 상태에서 난소·유방·비인두·폐의 4종류 암세포는 무려 80~90%가 무력화됐다"고 주장한다. 무력화된 암세포는 다른 암세포와 모이지 않았고, 약물 사용 없이 암세포 대부분이 무력화되어 종양 성장을 막을 수 있었다.

2020년 초로 예정된 다음 단계에서는 특별히 설계된 실험모듈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 우주 비행사의 도움을 받아 무중력 상태에서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일주일의 실험기간 동안 우주에서 전송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상에서 실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게 된다.

ⓒ 시드니공대 연구팀
ⓒ 시드니공대 연구팀

실험이 완료 된 후, 지상으로 송환된 암세포는 동결된 상태로 연구팀이 실험 모듈을 회수해 실험실에서 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의 실험 결과가 연구팀의 실험실 재현 결과와 일치한다면 암세포가 서로를 감지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팀이 실험에 성공한다면 기존 암 치료를 보완하는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약물 및 화학 요법과 함께 인체 암세포의 증식과 전이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

조슈아 추는 "우리 연구팀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험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얻은 것은 행운이다. 앞으로도 우주 공간에서의 의학 연구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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