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설치된 'AED(자동심장충격기) 자동화 관리 시스템(ⓒ데일리포스트)
인천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AED(자동심장충격기) (ⓒ데일리포스트)

[데일리포스트=정태섭 기자] 지하철역에서 갑작스럽게 심정지로 쓰러진 20대 청년을 역무원이 신속하게 자동심장충격기(AED)를 활용해 처치, 생명을 살린 일화가 화제가 되고 있다. 당황스럽고 긴장되는 상황에서도 신속하고 차분하게 AED를 사용한 역무원의 기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천지하철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자동심장충격기(AED) 자동화 관리 시스템’과 상시 교육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목요일 오전 7시 출근길, 인천지하철 1호선 원인재역 역사 안에서 김동현(28)씨가 갑자기 쓰러졌다. 시민들의 긴급 전화를 받고 역무원 홍은기(38) 대리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씨는 혈색이 검게 변한 채로 움직임 없이 누워 있었다. 홍 대리는 즉시 사회복무요원에게 AED를 가져오게 한 뒤 손으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는 시민을 옆으로 비키게 했다. 고잔119와 실시간 전화를 주고 받으며 쓰러진 김씨의 호흡을 살피고, 제세동 패치를 환자 몸에 부착했다. AED에서 흘러나오는 설명에 따라 차분하게 심장충격을 실시했다. 그 사이 도착한 고잔119는 곧바로 환자를 가천대 길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같은 시작, 중앙응급의료센터와 인천응급의료지원센터에서는 원인재 역사에 설치된 AED의 사용을 감지했다. 환자가 발생했다는 신호였다. 환자가 길병원 응급실로 이송됨을 확인하고 AED에 저장된 환자의 심정지 기록, 처치 기록 등을 길병원 의료진에게 전달했다.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심정지로 인한 뇌손상 및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중치료를 받은 후 다행히 후유증 없이 회복되었다. 환자는 중환자실을 거쳐 현재 상태가 크게 호전돼 일반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병실에서 만난 김씨와 가족들은 “현장에서 도와주신 시민들, AED를 사용해 구조해 주신 역무원, 뇌손상을 줄이기 위해 애써준 의료진, 그리고 걱정해주신 직장 동료, 선후배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양혁준 인천응급의료지원센터장(가천대 길병원 응급의학과)은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5~10분에 불과한데, 김씨의 경우 현장에서의 즉각적인 조치와 빠른 이송 덕분에 후유증 없이 깨어날 수 있었다”며 “쓰러진 환자를 보고 지나치지 않은 시민들과, 역무원의 침착한 대처, AED 자동화 시스템이 결합해 빛나는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심정지 상태의 환자에 AED를 활용해 새생명을 살린 이번 사례는 우연히 만들어진 일이 아니다. 인천응급의료지원센터는 2017년 12월부터 인천지하철 1호선 61개 역사 중 AED가 없던 32개소에서 ‘자동심장충격기(AED) 자동화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AED 자동화 관리 시스템은 AED의 방전, 고장 유무 등을 원격으로 확인하고, AED 사용시 정보가 실시간으로 센터로 전송되는 시스템이다. 전국 지하철 역사 등 공공장소에 AED가 설치돼 있지만 사람이 직접 주기적으로 점검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장이나 방전 등을 즉각적으로 알아채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인천응급의료지원센터는 중앙응급의료지원센터의 지원을 받아, 전국에서 유일하게 인천지하철 1호선 32개 역사에 이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인천공항에도 12개소를 설치했다. 또한 인천지하철 내부 모니터에 제세동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는 교육 영상을 내보내고, 인천교통공사와 함께 역무원 교육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김씨를 구한 홍 대리는 “인천교통공사에서 제세동기 사용 방법을 교육받은 적이 있고, 환자가 숨을 쉬지 않고 쓰려져 있는 상황에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고,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환자가 의식을 찾았다고 하니 뿌듯하고 기쁘다”라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이번 사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공공장소와 시설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가 꼭 설치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하며, 관리시스템이 구축되어 골든타임 이내에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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