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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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일반적인 임신기간은 약 40주로, 아기는 가능한 한 출산 예정일에 가까운 기간을 산모의 자궁에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산이 예정보다 크게 앞당겨지는 조산은 다양한 의학적 건강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구팀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극단적으로 더운 날이 증가하면 예정보다 일찍 태어난 아기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네이처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미국에서 평균 4명 중 1명이 예정보다 2~3주 일찍 태어나며, 불과 2~3주의 조기출산이라도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환경 경제학과 앨런 바레카(Alan Barreca) 교수와 클레어몬트 멕케나대학 경제학과 제사민 샬러(Jessamyn Schaller) 교수 연구팀은 날씨가 자녀 출산시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아래는 2007년~2018년에 걸쳐 임신 38주 이하로 태어난 아기의 비율이다. 남쪽으로 갈수록 일찍 태어나는 아기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하지만 조기 출산 비율만으로는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바레카 교수는 지역별 건강보험 가입 비율 등이 다르며 이 외에도 기후와 관련이 없는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팀은 1969년~1988년 사이에 태어난 5600만 명의 출생기록과 아이가 태어난 군(county)의 온도 데이터를 비교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최고기온이 섭씨32도 이상인 날을 대상으로 해당일의 출생수가 평균 출생아를 얼마나 초과했는지'를 조사했다. 

일반적으로 조산을 분석할 때, 임신기간이 몇 주인지를 지표로 사용한다. 하지만 정확한 임신기간을 의학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고 때로 병원과 부모의 모호한 추측 사례도 많다고 바레카 교수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임신기간을 지표로 삼지 않고, "최고 기온이 높았던 특정일에 평균을 웃도는 출생이 얼마나 있었는지, 그 다음 날 평균 이상의 출생수 감소가 나타났는지"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실제로 더위로 인해 출생수가 늘었는지 여부와 출생수가 얼마나 증가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flic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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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최고기온이 32도를 초과하면 기온이 높아진 당일과 다음날까지 출생수 증가가 관찰된다"고 언급했다. 최고기온이 32도를 넘은 날과 그 다음날 평균보다 5% 많은 아이가 태어났으며, 더위로 인해 매년 2만 5000명의 아기가 예정보다 일찍 태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산이 며칠 앞당겨지는 정도라면 큰 영향이 없을 수 있지만, 연구팀은 더위로 인해 출생일이 최대 2주까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 그래프는 1969년~1988년에 걸쳐 미국에서 아기 출생수가 최고기온에 의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최고기온 화씨60도~70도(섭씨15도~21도)를 100%로 나타낸 것. 그래프를 보면 최고기온이 올라갈수록 출생수가 상승하고, 최고기온이 떨어질수록 출생수도 감소한다.  

출처: 미국 질병 통제 센터(CDC) 소속 보건통계센터(NCHS)

한편, 최고기온이 화씨40도(섭씨4도) 이하일 때 출생수 감소는 2% 미만인데 반해, 최고기온이 화씨90도(섭씨32도)를 초과하면 출생수가 5% 가까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위가 아기의 조산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분명하지 않지만, 연구팀은 더운 날씨가 진통과 분만을 조정하는 호르몬 ‘옥시토신’의 분비량을 늘려 조기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대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21세기 말에는 연간 4만 2000명의 아이가 더위로 인해 조기에 태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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