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수입이 일정 수준 넘으면 스트레스 느끼는 남편들
원인은 ‘전통적인 젠더 고정관념’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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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남녀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아내 수입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남편의 스트레스도 함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영국 배스대학 연구팀은 15년간 6035세대 부부 혹은 동거 커플을 추적 조사한 결과, '아내 수입이 가구 총소득의 40% 이상이 되면 남편은 심리적 고통(psychological distress)을 느낀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세이지 저널 ‘인격과 사회심리학 불리틴(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최신호에 게재됐다.

세이지 저널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세이지 저널'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논문에 따르면 남편들은 아내가 전업주부로 본인 소득에 생계를 전적으로 의지하면 불안감에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 하지만 아내가 돈을 벌게 되면 이 스트레스는 줄어든다. 놀라운 사실은 아내 수입이 가계 재정의 40%를 초과하면 다시 스트레스가 커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 "남성이 가장이라는 전통적인 젠더(Gender:성) 고정관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남편이 가정 내 제2의 소득자 혹은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경우, 남성은 심리적 고통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배스 경영대학원 조안나 시르다(Joanna Syrda) 박사는 "이번 조사결과는 남성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규범과 ‘남편이 아내보다 돈을 잘 벌 것’이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남성의 정신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남녀 임금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현대에도 이러한 젠더 규범이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결혼 전부터 아내가 남편보다 돈을 많이 번 부부는 남편이 아내 수입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한편 시르다 박사는 부부가 서로의 행복도를 평가하는 기준에도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PSID 조사에서는 심리적 고통을 측정할 때 ▲슬픔 ▲긴장 ▲불안 ▲절망 ▲무력감 등의 항목에 대한 답변을 이용한다.

이 조사에서 남편의 심리적 고통이 가장 낮은 경우는 '아내의 수입이 가구 총소득의 40%'일 때였지만 아내가 남편의 심리적 고통에 가장 낮다고 느낀 경우는 '남편과 아내의 수입이 50:50으로 같았을 때'였다.

시르다 박사는 "남편의 체감과 아내의 관찰 결과가 차이를 보인 것은 남편이 아내의 소득이 높아진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표현하지 않는 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이 역시 또 하나의 젠더 규범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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