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없음에도 문제해결이 가능하고 720개의 성별을 가진 단세포 유기체 '블롭(blob)'
단세포 유기체 '블롭(blob)' 이미지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프랑스 파리 동물원이 뇌가 없지만 문제해결이 가능하고 약 720개의 성별이 존재하는 새로운 생명체를 최초로 공개했다. 

이 생명체의 명칭은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 애칭 ‘블롭(blob)’으로 불린다. 블롭이 얼마나 이상한 생물인지는 다음 동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영상 속 노란색의 무언가가 단세포 유기체 블롭이다. 이 생명체는 언뜻 곰팡이처럼 보이지만 그것과는 다른 점액질 형태로 동물처럼 움직이기도 한다. 특히 성별은 720개로 알려졌는데 이는 생명체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벗어난다고 볼 수 있다.

블롭은 뇌가 없지만 인간처럼 판단력과 기억력을 갖추고 있으며, 눈·입·소화기관이 없지만 음식을 감지해 실제로 먹고 소화시킨다. 또 팔다리가 없는데 자유자재로 몸을 넓히며 시간당 최대 4cm의 속도로 먹이를 찾아 이동할 수 있다. 이 미스터리한 생명체가 대체 어떻게 먹이를 찾아 먹을 수 있는 것인지는 아직 규명하지 못했다.    

블롭에 대해 설명하는 브로노 데이비드 파리 자연사 박물관 관장
블롭에 대해 설명하는 브로노 데이비드 파리 자연사 박물관 관장

파리 자연사 박물관의 브로노 데이비드(Bruno David) 관장은 "블롭은 살아있는 자연의 신비다. 수백 년 전부터 존재하는 종이지만 도대체 무엇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식물이 아닌 건 확실한데 동물인지 곰팡이(균)인지, 그 사이의 것인지 모호하다. 현재는 점균류로 분류됐다"고 언급했다. 

블롭은 matA·matB·matC라는 각 16개의 변형을 가진 유전자 쌍 중에 자신과 딱 맞는 쌍을 가진 상대와만 짝짓기가 가능하다. 또 2개로 몸이 나뉘어도 2분 이내에 자가 치유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고 놀랍게도 두 개의 블롭을 합치면 한쪽의 지식을 다른 한쪽에게  전달한다. 

아래 동영상은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블롭 움직임을 고속재생한 것이다.  

블롭의 학습과 지식 공유는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블롭은 주로 흰곰팡를 먹는다. 흰곰팡이 앞에 화학물질을 놔두면 블롭은 처음에는 이를 견제하지만 이내 무해하다는 사실을 학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블롭을 A와 B 실험군으로 나눠, 각기 다른 화학물질(A-소금·B-커피)의 무해성을 학습하도록 한다. 이후 먹이 앞에 학습하지 않은 화학물질(A-커피·B-소금)로 바꿔두면 A와 B 모두 먹이로 향하는 것을 망설인다. 하지만 A와 B를 합치면 소금과 커피 모두 망설이지 않고 먹이를 먹는다. 이는 학습한 내용을 서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롭의 모습을 관찰하는 파리 박물관 관람객
블롭의 모습을 관찰하는 파리 동물원 관람객

파리 동물원에는 현미경을 통해 블롭의 영상을 비추는 스크린도 설치돼 있다. 블롭 생태에 대해 설명하는 파리 동물원의 공식 동영상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블롭이라는 명칭은 1958년에 제작된 SF영화 ‘더 블롭‘(The Blob)에서 따왔다.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주연의 이 영화에서 블롭은 펜실베니아 작은 마을에 나타난 외계 생명체로 눈앞의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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