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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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왕따 등 집단따돌림 현상은 이제 세계적 문제로 부상했다. 학창시절 만성적 왕따 경험은 신체적 변화를 일으켜 성인이 된 후에도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8년 1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통계연구소는 세계 청소년의 거의 3분의 1이 왕따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왕따로 인한 외상(트라우마)은 피해자의 ▲학업성적 저하 ▲실업률 상승 ▲우울증 ▲불안증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이어져 약물남용·자해·자살 등을 일으킨다. 괴롭힘으로 인한 영향은 수년 동안 계속될 뿐만 아니라, 건강·재정·교육수준·BMI 등 폭넓은 범위에 걸쳐 영향을 준다. 

왕따와 관련된 신경과학 연구 대부분은 최근 10년간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연구가 2018년 12월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이 EU 연구 프로젝트 '이매진(IMAGEN)'의 일환으로 발표한 '뇌 구조에 왕따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이다. 연구결과는 영국 과학저널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된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 논문

연구팀은 프랑스·독일·아일랜드·영국의 청소년 682명을 대상으로 뇌 영상 촬영(MRI)과 설문조사를 통한 스트레스·학대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참여자는 14세·16세·19세 시점에 왕따 관련 설문조사를 하고, 14세· 19세 시점에 MRI 검사를 받았다.

사이버 왕따 등 만성적 집단괴롭힘을 경험한 사람은 30명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일반 청소년과 비교한 결과, 심한 왕따 경험이 19세경의 뇌 용적 변화 및 불안도 변화와 연관된 사실이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운동 조절과 학습에 영향을 미치는 ‘조가비핵(putamen)’과 기억 처리 및 학습에 중요한 ‘미상핵(caudate nucleus)’의 뇌 영역 용적이 감소했다.  

논문 대표저자인 에린 버크 퀸랜(Erin Burke Quinlan) 박사는 "뇌의 위축이 일시적인 상태인지 영구적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피험자의 뇌를 지속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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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랜 박사의 연구는 어떤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뇌의 용적을 변화시켰는지까지는 단정하지 않는다. 해당 논문이 발표된 이후 캐나다 오타와대학에서 아동 정신건강 및 학대 예방에 관한 연구를 하는 트레이시 베일란코트(Tracy Vaillancourt) 교수는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호르몬 '코르티솔(cortisol)'이 뇌 위축의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일란코트 교수는 “학대와 괴롭힘을 경험한 청소년은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코르티솔 경험으로, 평상시 코르티솔 수준이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이 현상은 왕따 경험자뿐 아니라 참전 용사·성폭행 피해자·강제 수용소 수감자 등에서도 나타난다. 

베일란코트 교수는 "이번 연구로 왕따가 뇌 구조까지 변화시킨다는 물리적 증거가 확인됐다"며 "이를 계기로 왕따와 관련된 신경 생물학적 연구가 한층 발전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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