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연기에 노출된 종업원…‘폐 질환’ 위험성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점심, 저녁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고기를 뒤집고 판(석쇠)을 바꿔 주다보면 희뿌연 연기가 고스란히 코와 입을 통해 흡입됩니다. 고기 손님이 많은 저녁 타임에는 말 그대로 고기 타는 연기를 온몸을 뒤집어 쓰는데...저희 뿐만 아니라 손님들도 연기에 노출되기는 마찬가지죠.” (대형 고기전문점 종업원)

지난 17일 저녁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광화문 일대 대형 고기전문점 식당, 100평 규모의 제법 큰 식당이지만 삼삼오오 찾은 손님들로 꽉 들어찼다. 각 테이블마다 고기 연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환풍기가 설치됐지만 식당 내부는 이미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가득찼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탓에 손 빠른 종업원들이 놓친 석판 위 고기가 타는 듯 연회색의 연기가 쏟아져 오르더니 허공에서 맴돌고 있다. 여러 테이블의 연기 입자들이 환풍기가 아닌 식당 허공을 맴돌며 진득한 고기 냄새가 진동한다.

독한 소주 한잔을 곁들이며 고기를 입에 넣고 있지만 유난스럽게 피어오르는 연기 때문에 눈은 따갑고 머리까지 지끈하다.

어쩌다 한번 식사를 위해 찾아온 손님들도 머리가 지끈할 만큼 흡입한 연기에 불쾌감을 호소하는데 하루종일 손님들이 주문한 고기를 뒤집고 석쇠를 갈아주고 있는 종업원들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고기 연기를 흡입하고 있다.

식당을 찾은 직장인 이용현(가명·41)씨는 “여러 테이블에서 한꺼번에 피워오른 연기와 고기굽는 냄새 때문에 식사를 하는 동안 머리가 아프고 불쾌감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흔히 고기전문점이나 식당 등에서 고기를 구워 피어오르는 현상을 생물성 연소에 따른 초미세먼지 배출이라고 한다. 환경부는 고기구이 등 생물성 연소에 따른 초미세먼지 ㅐ출이 수도권 초미세먼지 배출원의 15.6%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초미세먼지 배출원의 15.6%를 차지하고 있는 고기, 생선구이 음식점 등이 밀접한 지역은 음식점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과 비교할 때 초미세먼지 위해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 고기 굽는 숯불 착화탄의 숨겨진 유해성

우리가 흔히 식당 등에서 고기를 구울 때 사용되는 숯(성형목탄)과 착화탄에는 인체에 유해한 ‘질산바륨’과 ‘질산나트륨’ 등이 함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식당과 관련 업종에 유통되고 있는 숯가루성형탄(구이탄)을 비롯해 착화용성형탄(번개탄) 등 성형목탄의 약 90%는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 특히 국민 대다수가 즐겨 먹는 생선구이, 돼지갈비 등 고깃집에 유통되는 숯가루 성형탄 성분의 최대 30%가 ‘질산바륭’이 함유됐다.

그렇다면 질산바륨은 무엇이며 인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질산바륨(BARIUM NITRATE)’은 무색이거나 흰색을 띄며 무취로 냄새가 없다. 가연성 물질을 점화하는데 사용되며 열을 가하면 녹색 빛을 띈다.

보건환경연구원은 “질산바륨은 무색의 결정으로 불길 속에서 녹색 빛을 내므로 불꽃과 발화 신호로 사용된다. 화학식은 Ba(NO3)2이며 질산바륨에 단기간 노출되면 구역질과 구토, 현기증 등 증세가 나타나며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곤란과 폐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기를 굽기 위해 사용되는 착화탄에 함유된 질산바륨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독성이 강한 유해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호흡기내과 이정환 교수는 “착화탄에서 발화되는 연기에는 질산바륨이 대량 함유된 만큼 관련 업종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장기간 연기에 노출되면 ‘호흡곤란과 발작, 부정빈맥’ 등을 일으킬 수 있고 무엇보다 성인보다 어린이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 발암물질 가득한 착화탄에 고기 구워 먹는 사람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호흡기질환과 폐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착화탄에는 질산바륨 외에도 질산나트륨과 중금속 성분까지 함유돼 있는만큼 착화탄에 고기를 구워 먹을 경우 연기 흡입은 물론 중금속까지 흡착돼 그만큼 인체에 위협적인 인자가 될 수 있다.

보건환경 연구원은 “우리가 고기를 구울 때 사용되는 착화탄에서 인체에 유해한 질산바륨과 중금속 등이 배출되는 것은 사용하다 버려진 폐가구와 건설현장에서 사용됐던 폐목재 등이 성형목탄 가루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수입 숯을 비롯해 국산 숯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폐목재를 불법으로 재활용해 숯을 만드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 식당 등에서 폐목재로 재활용된 숯이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성 숯을 유통하고 이를 납품받아 고기를 굽고 있다. 벤젠과 톨루엔, 자일렌 등 휘발성 유기물질과 납, 카드륨, 바륨 등 중금속이 함유된 착화탄을 구매하고 있는 식당 업주들 역시 착화탄의 유해성을 알고 있지만 안전성이 보장된 참숯은 상대적으로 고가다 보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유명 먹자골목에서 고기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영택(가명)씨는 “좋은 나무를 태워 만든 참숯을 사용하고 싶지만 착화탄과 비교할 때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가격이 저렴한 착화탄을 사용하는 만큼 환기시설을 늘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 착화탄에 함유된 유해물질과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착화탄에는 유독물질인 ‘질산바륨’과 ‘질산나트륨’ 등이 함유됐다. 식당과 같이 빠른 시간에 불이 쉽게 붙오록 착화제로 질산바륨을 첨가했기 때문인데 질산바륨은 가열이 되면 산화질소 기체가 발생해 호흡기 질환 및 폐 질환 환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고기를 굽기 위해 착화탄을 태우는 동안 1급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검출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보건환경 연구원은 “순수 나무를 사용한 일반 참숯의 경우 태우더라도 이산화질소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반면 착화탄은 대기환경기준의 34배에 이르는 이산화질소가 검출됐다.”면서 “결국 이 같은 유해 기체의 원인은 질산바륨 때문인데 질산바륨은 흡입할 경우 호흡곤란을 일으켜고 장기간 섭취하면 구토와 마비 증세가 동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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