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유전학으로 스포츠계 '격변' 가능성
선수 배제 아닌 훈련 프로그램 강화에 활용해야

(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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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2003년 인간 유전체(Genome·게놈)의 염기서열 해독이 가능해지면서 '사람의 신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있다.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자 분석 비용을 절감해 상업 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업도 탄생했다. 

사람이 가진 선천적 재능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운동능력이다. 유전자 분석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된 지금 스포츠 업계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을까? 

호주 에디스코완 대학 그레고리 하프(Gregory Haff) 교수는 스포츠와 관련된 유전자형으로 'ACE II'와 'ACTN3 RR' 두 가지를 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ACE는 혈압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로 그 유전자에는 II형·ID형·DD형의 세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호주 보트 선수와 영국 육상 장거리 선수의 ACE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우수한 선수의 ACE 유전자는 일반인에 비해 II형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CE II형은 지구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ACTN3는 α-actinin3라는 단백질로 큰 힘을 순간적으로 발휘하는 근섬유를 구성하는 성분이다. 이 유전자는 RR·RX·XX라는 3가지 형태가 있으며, 순발력이 요구되는 경기의 선수들 중에 RR형인 사람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출처: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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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유산소 훈련 적응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변이를 가진 사람은 8주간의 훈련을 받은 후 응답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산소 훈련의 효과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 

이처럼 신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이 밝혀지면서, 청소년의 유전자를 분석해 미래의 유망 선수를 선발하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2014년 우즈베키스탄은 선수 발굴을 위해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2018년 중국과학기술원은 2022년 동계올림픽 대표 선발과정에 유전자 분석 내용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적어도 300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스피드·지구력·순발력 등 유전자가 우수한 선수를 선별할 예정이다. 

(출처: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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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분석이 스포츠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03년 호주 법개정위원회와 국민건강의학연구평의회는 개인의 유전적 상태를 차별하는 행위를 불법화하는 법 개정을 권고했다. 또 2015년 영국의 저명한 유전학 연구자는 "어린이와 젊은 선수들의 훈련을 변경하거나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라 선수 재능을 특정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정 유전자형이 스포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이것이 특정 유전자형의 사람의 운동 능력이 반드시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개인의 운동능력은 유전자뿐 아니라 신체적·환경적·심리적 요소와 같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프 교수는 "다만 유전적 요인에 대한 이해가 잠재력 예상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 것은 분명하다"고 언급했다.  

(출처: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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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포츠의 공평성을 지키면서 유전자 분석을 활용하는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유전자가 인간의 능력이나 부상 위험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알 수 있는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 같은 연구를 활용해 교육 방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하프 교수는 유전자 분석이 미래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스포츠에서 배제하기 위해서가 아닌, 선수 훈련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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