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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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탈모는 일종의 노화 현상이지만 평소보다 머리가 많이 빠지거나 가족 중에 대머리가 있다면 삶의 질에 영향을 줄 만큼 심각한 고민이 될 수 있다. 탈모가 일찍 시작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본격적인 대머리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탈모 치료 방법으로는 초기 약물 치료와 피부를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모발이식이 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치료 약제는 남녀 공용 미녹시딜(minoxidil)과 남성에 한정된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 등이 있지만 탈모를 완전히 막거나 모발을 다시 살리지는 못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머리숱을 늘리는 유일한 해결책은 모발이식이다. 

(출처: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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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표면을 뚫고 나오는 털의 생물학적 명칭은 ‘모간(毛幹)’이다. 모간은 상피세포에 발달한 모낭에서 만들어진다. 모낭은 두피에 약 10만 개, 몸 전체에 300만~500만 개 정도 분포하는데 일단 휴면상태가 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

치료제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정도로 탈모가 진행이 된 중증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모발이식이 시도된다. 하지만 모발이식은 고가의 비용과 거부 반응 등의 부작용, 이식 가능한 건강한 모낭이 두피에 많이 남아 있어야한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 새로운 탈모치료...건강한 모발 이식 시대 열까? 

이런 가운데 줄기세포와 3D 프린팅을 이용한 혁신적 탈모 치료 방법이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 스텐손 세라퓨틱스(Stemson Therapeutics)의 제프 해밀턴 CEO는 올해 6월 국제줄기세포연구학회(ISSCR) 연례 회의에서 사람의 피부·혈액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사람 모발을 쥐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아래 이미지는 실험 결과를 촬영한 것이다. 쥐 피부에서 사람 머리카락이 자라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의 알렉세이 테르스키흐 박사
(출처: 스텐손 세라퓨틱스 연구팀)

혈액세포에서 추출한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hiPSC)로 만든 모유두(Papilla) 세포를 쥐 상피 세포와 결합한 뒤 쥐 피부 밑에 이식한 결과, 그 사이로 모발이 자란 것이다. 진피 세포층에서 나온 모유두 세포는 태어날 때부터 숫자가 결정되어 있으며 모발의 성장·굵기·길이를 조절하는 모낭 속 세포다.

모근의 형태는 모발을 같은 방향으로 자라게 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복제 모낭을 단순히 이식하는 것만으로는 머리카락이 각기 다른 각도로 나와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연구팀은 형태 유지가 가능한 모낭을 개발해야 했다.  

해밀턴 CEO는 ISSCR에서 그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다. 인공 골격을 만들어 복제 생성된 모낭 주위에 배치해 모발 성장을 직접 돕는 방법이다. 그는 인공 골격의 세부 사항은 밝히지 않았지만 미 제약회사 앨러간(Allergan Inc.)과 제휴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알렉세이 테르스키흐 박사
연구팀의 알렉세이 테르스키흐 박사

해밀턴 CEO의 동료이자 연구팀을 이끈 알렉세이 테르스키흐 박사는 “hiPSC에서 유래한 모유두 세포의 무한한 원천을 이용해 피부를 통해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모발을 생성하는 강력하고 제어가 쉬운 방법을 확보했다. 우리 기술은 세포에 기반을 둔 탈모 치료 및 재생 의학 분야 발전에 중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텐손 세라퓨틱스는 내년을 목표로 사람을 대상으로 복제 모낭 이식 임상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최근 3D 프린팅 기술을 바탕으로 세포와 생체재료(Bio-ink)를 이용해 인체 조직·뼈·장기를 제작하는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컬럼비아 대학 피부과 교수인 안젤라 크리스티 연구팀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모낭 조직을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네이쳐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네이쳐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된 컬럼비아대 연구팀 논문

인간 모낭세포를 실험실 조건에서 완전히 성장시킨 것은 세계 최초다. 이번 연구는 무한한 모낭 공급원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탈모증 및 만성 상처 등 내과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논문은 과학 저널 네이쳐커뮤니케이션 (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다만 3D 프린팅과 줄기세포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탈모 치료법이 비용 측면에서 일반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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